식사량 알려주는 숟가락… 몸상태 체크하는 침대…
모든 사물·사람 연결해 교통·의료·에너지 등 산업 전반 대변혁 예고
글로벌 선점 경쟁 가열
# 직장인 이훈규(37·가명)씨는 수면을 관리해주는 스마트침대 덕분에 아침이 항상 상쾌하다. 이씨가 일어나면 침대는 곧바로 수면 패턴과 체온·혈압 등의 건강 정보를 병원으로 보낸다.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으면 숟가락은 적당한 식사량을, 컵은 마실 물의 양을 알려준다. 출근을 위해 탄 자동차는 시동과 에어컨이 미리 켜지며 자동으로 직장까지 운전해 빈 공간에 주차한다. 회사에 도착하면 신발은 몸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운동량을 말해준다.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대부분 현실화되고 있는 일이다. 센서를 부착한 사물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세상은 이미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혁명 속에 들어왔다.
IoT의 근간이 되는 인터넷 덕분이다. 인터넷이 이제는 인간과 사물을 넘어 생물과 동물로 외연을 넓혀나가고 있다. 인터넷은 1단계 유선, 2단계 모바일을 거쳐 3단계 IoT 시대로 진화해왔다.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옮겨 탔다가 비행기를 탄 것처럼 변화의 폭과 속도가 상당하다. 당장은 큰 변화가 눈에 안 보이는 듯했지만 혁신은 쓰나미처럼 순식간에 몰려왔다.
최근에는 인터넷 연결대상이 '사람'에서 '사물'로 확장되고 정보가 '직접 입력'에서 '자동 센싱'으로 바뀌면서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인터넷이 모든 사람과 사물을 연결시켜 소통하는 '신(新)사통팔달'의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인터넷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를 가져왔고, 또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IoT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현재의 세상을 뒤흔들어 학교와 병원·공장·발전소·자동차 등 모든 분야와 산업에 획기적 변화를 불러와 세상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가 IoT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시스코는 IoT 분야에서 올해 1조5,000억달러의 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봤다. 그중 미국이 전체의 3분의1가량인 5,279억달러, 중국은 2,577억달러로 예상됐다. 그다음이 독일·호주·일본 등의 순서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오는 2020년 IoT의 시장가치를 최대 4조5,000억달러로 추정했고 맥킨지는 2025년까지 매년 2조7,000억~6조2,000억달러, GE는 2030년까지 10조~15조달러의 부가가치가 만들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네트워크에 연결 가능한 단말기 수요가 무궁무진하게 많이 남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 세계 네트워크 단말기 1조5,000억개 중 0.6%인 100억개만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고 나머지 99.4%는 여전히 오프라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IoT 분야는 비즈니스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전황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IoT가 이끌고 올 혁명적 사회변화와 산업에 걸친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우리는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 전 산업에 걸쳐 영향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만 정보화진흥원 신기술서비스단장은 "IoT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해 신수종 사업으로 손색이 없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서비스 개방 등 공유협업을 통해 공공데이터는 더 개방하고 민간데이터 중 공익성이 있거나 같이 이용하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데이터를 공공재화해야 중소기업의 생태계 구축이 튼튼해지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IoT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특히 IoT 운영체제(OS)는 아직까지 규격화된 플랫폼이나 강자가 없다는 점에서 누가 선점하느냐가 그만큼 중요하다. IoT 시대를 겨냥해 삼성전자가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OS '타이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웨어러블 플랫폼 구축에 이어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 진출까지 착수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TV 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스마트홈'을 구축해 IoT 시대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퀄컴도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에어컨과 TV 등을 제어하는 '올조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퀄컴은 서로 다른 제조사들이 OS에 상관없이 가전제품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글도 최근 인터넷이 연결된 웹으로 스마트 기기들이 연결되는 '피지컬웹'을 공개했다. 저전력 블루투스(BLE)로 독자적인 인터넷주소(URL)를 주변의 자동판매기나 버스정류소 등에 할당해 사용자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제품을 사거나 버스 운행시간을 알 수 있는 방식으로 단순히 사물과 사물 또는 사람을 연결하는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정석원 전자부품연구원(KETI) 책임연구원은 "IoT 시대에는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물, 여기에 공간을 연결하는 융합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올해부터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IoT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글로벌 ICT 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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