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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민간투자사업법이 시행된 지 21년. 그동안 민간투자사업은 부족한 정부재정을 대신해 도로·철도·국방·학교 등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서울~춘천 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신분당선 지하철 등이 민자사업을 통해 건설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그러나 민간재원을 대거 끌어들이기 위해 최소운영수익보장(MRG)제도를 도입한 후 오히려 국가재정을 갉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MRG는 지난 2009년 폐지됐지만 여진은 그치지 않고 있다. 기존 사업에는 최대 30년까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최소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면서 신규 민자를 끌어들이기도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민자사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2009년 7월 개통한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꼽고 있다. 개통 첫해에는 통행량이 970만대에 불과했지만 2013년 처음으로 3,000만대를 기록한 후 지난해 7월 기준 누적 통행량이 1억4,000만대를 돌파했다. 서울~춘천 간 소요시간을 기존 70분대에서 40분대로 단축, 지역경제발전에 한몫을 담당했다는 것이 강원도의 분석이다. 민자사업은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556개 민자사업의 총 생산유발효과는 161조원에 달한다. 고용유발이 109만명, 창출한 부가가치는 62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비율을 매년 1~2.5%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이 같은 민자사업에도 그늘은 있다. 민자사업의 그늘은 MRG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SOC 건설에 부족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MRG를 도입했다. 민간자금이 대거 유입됐지만 결국 부족한 수익을 정부재정으로 채워주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극도로 악화됐음은 물론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8~2013년 MRG를 위해 정부가 지급한 돈은 3조4,725억원에 달한다. 특히 민자고속도로 9개 노선에 지원된 돈만도 2조2,585억원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가 1조897억원으로 가장 많고 천안~논산과 대구~부산 등도 1,000억원 넘게 투입됐다. 인천국제공항철도 등 4개 철도 노선에 투입된 재정 보전액만도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더구나 민자도로는 도로공사 통행료에 비해 1.85배가량 비싸다. 특정 사업자가 사업을 독점하면서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그만큼 재정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제도 보완을 통해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면 문제점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족한 정부재정의 보완재 역할을 해왔던 민자사업이 각종 규제강화로 극도로 위축된 상황"이라며 "국책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제도 보완을 통해 민자사업을 다시 활성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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