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표와 실물경기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달이라는 시차를 두고 움직이고 있지만 지난 9월 산업활동이 일제히 잿빛으로 물든 반면 곧이어 10월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보였다. 일단 수출증가만 두고 본다면 9월 경기지표의 하락세는 '일시둔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대외변수와 내수경기 하락세에 대한 우려는 수출 증가세가 반짝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나오게 한다. ◇스마트폰, 자동차 10월 수출 효자=10월 수출의 최대 효자는 스마트폰이다. 삼성의 갤럭시S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10개월 만에 플러스로 반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3ㆍ4분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난 7,140만대를 판매하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만의 HTC(680만대)를 제치고 4위에 올라섰다. 스마트폰 열풍은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휴대폰 내수판대는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힘입어 하반기(7~10월)에 926만대가 팔려 지난해 736만대에서 25% 이상 늘었다. 자동차도 현대ㆍ기아차가 지난달 사상 최대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내수 6만2,615대, 해외시장(수출 포함) 25만7,676대 등 32만291대를 판매, 사상 최대 월간 실적을 올렸다. 내수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5.8% 감소했지만 해외에서는 15.2%나 늘었다. 기아차의 경우는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선전했다. 내수 4만3,147대, 해외 14만9,352대로 지난해보다 28.7% 증가한 19만2,499대를 판매했다. 특히 기아차는 K5ㆍ스포티지RㆍK7 등 최근 출시된 신차들의 인기몰이로 내수판매가 전년 대비 19.8% 늘었다. GM대우도 올 들어 최대 내수 판매량을 기록하며 내수 1만1,589대, 수출 5만7,475대 등 총 6만9,064대를 판매했고 르노삼성차는 내수 1만2,404대, 수출 1만2,592대 등 총 2만4,996대의 판매액을 올렸다. ◇수출 경기지표 하락 버팀목 될까?=무역흑자는 지난달까지 누적으로 359억6,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미 연간 무역흑자 목표치인 320억달러를 넘어섰다. 앞으로 두 달간 지금과 같은 수출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역대 무역흑자 최고였던 지난해의 404억달러도 경신해 사상 최고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식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액도 6월 최고기록인 420억7,000만달러를 넘었고 일평균 수출액은 사상 최대였던 9월과 같은 18억8,000만달러였다"며 "10월의 경우 전달보다 조업일수가 2.5일 늘었고 경쟁국에 비해 우리 환율이 상대적으로 적게 절상됐기 때문에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수출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경기지표의 버팀목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대외변수가 수출기업들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수출에 아킬레스건인 원화강세의 경우 2005~2007년 나타냈던 '나 홀로 강세'가 아닌 아시아 통화의 동반 절상인만큼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다 아직은 엔화 대비 저평가라는 점도 수출에는 긍정적이다. 또 주요20개국(G20)의 글로벌 정책공조는 글로벌 경기의 급속한 둔화를 막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외변수를 마냥 긍정적으로만은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주력산업들이 호조를 띠고 있지만 환율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변수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10월 경기지표 반등세 보일 듯=수출 호조세로 경기지표의 급격한 하락세는 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수출이 9월 하락세를 보인 광공업생산지표와 제조업평균가동률도 추세 전환은 아니지만 반등세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8, 9월 산업활동지표는 휴가ㆍ추석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다 기상이변이라는 변수가 작용하며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인 것"이라며 "수출 증가에 따라 선행지수를 제외한 10월 지표경기는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용회복ㆍ소득증가 등으로 민간소비 성장이 지속성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의 부양책이 마무리되며 줄어든 공공서비스 일자리가 제조업ㆍ서비스업 등의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고 공무원 임금인상으로 민간 부문의 임금인상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지속되며 우리 경제의 회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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