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센터를 들여다보면 경기의 흐름이 보인다?' 백화점 문화센터가 살아 숨쉬는 실물경기의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객의 특성에 맞춰 백화점의 문화센터 강좌도 같은 시대의 경기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 이를 반영하듯 최근 문화센터도 경기불황을 맞아 자격증 취득 및 자녀교육 등 실속형 강좌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올들어 무료 공개강좌 및 1회 강좌를 대폭 늘려 편성했다. 이는 수강료에 대한 부담없이 문화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백화점의 집객률을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 이 같은 무료강좌 서비스는 불황 속 주머니가 얄팍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파고 들며 올 상반기 무료 공개강좌 및 1회 강좌의 수강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가량 신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또 현대백화점은 고환율과 경기불황의 여파로 해외여행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여행 전문강좌를 전년보다 두 배 가량 늘렸고 이에 따라 관련 수강생도 130%나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불황을 맞아 자녀들의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교육강좌를 집중 편성하고 있다. '정보력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로드맵하다'는 주제로 엄마가 가르치는 홈스쿨링 논술, 엄마가 들려주는 한국사 이야기, 키즈 영어 동화 지도법 등 주부들이 직접 자녀교육을 지도할 수 있는 실속형 강좌를 대거 마련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천연화장품ㆍ비누 제조 자격증 강좌를 비롯해 핸드메이드 생활소품 만들기, 의류 및 가구 리폼 강좌 등 단기간 교육만으로도 부업이 가능한 강좌들을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를 다니고 있는 홍지형(31)씨는 "올해로 3년째 아이와 함께 문화센터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데 매년 경기상황에 따라 강좌 내용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올해는 특히 경기불황 때문인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강좌들이 많이 늘어 수강강좌를 한 개 더 늘렸다"고 말했다. 국내에 백화점 문화센터가 가장 처음 들어선 것은 지난 1984년. 아직 문화센터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신세계백화점 동방플라자(현재 삼성생명 본관)에 처음 문을 연 백화점 문화센터는 손뜨개, 재봉틀 사용법, 꽃꽂이 등의 교양강좌가 전부였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문화센터도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강좌내용 역시 취미생활에서부터 자녀교육, 스포츠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 90년대 초반 문화센터 광고 전단의 1면을 차지했던 미술, 서예, 노래교실은 90년대 중반 이후 레저인구 증가와 함께 골프, 승마, 스쿼시 강좌에 자리를 내줬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불거진 90년대 말부터는 백화점 문화센터에도 이른바 '생계형 강좌'가 등장했다. 신세계 문화센터에서는 '불황을 극복하는 재테크'라는 주제로 경매 공매, 여성 유망 부업 가이드 등 가계 경제에 보탬이 되는 강좌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도 소자본 창업강좌나 자격증 강좌가 문화센터 강좌의 주류를 이뤘다. 다시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동산, 주식 등 재테크 관련 강좌가 새롭게 급부상했다. 부동산과 금융을 이용한 재테크의 노하우를 강의하는 '10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비롯해 부자들의 습관과 자금조달 방법 및 성공투자 전략 등 소위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강좌들이 봇물을 이루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고객층이기 때문에 각 백화점마다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항상 최근 경기상황을 반영한 강좌 위주로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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