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뉴즈성(牛志升·사진) 중국 칭화대 정보과학기술원 부학장은 지난 22일 서울 동호로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14'에서 강연을 마친 뒤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기술발전을 위한 양국의 협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뉴 교수는 양국 경제의 상호관계에 대해 "한국의 성장은 곧 중국의 성장"이라며 "한국 기업에는 중국 시장이 꼭 필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한중 학계나 산업계의 연구개발(R&D) 분야 협력은 많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뉴 교수는 "칭화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일본 기업이나 연구기관은 숱하지만 한국 기업 관계자와는 교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뉴 교수는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로 주제별 논문발표현황(ESI)에서 칭화대 상위 1%에 포함된다. 현재 일본 후지쓰·히타치 등의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텔·보잉·노키아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도 기술개발 분야 연구에서 협력하기도 했다.
그는 "어찌 보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보다 더 폐쇄적인 것 같다"며 "서울포럼 같은 컨퍼런스나 연구 협력 교류를 통해 '관시(關係)'를 만들고 중국을 더 파악해야 앞으로 중국 ICT·에너지 등의 시장 진출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 교수는 특히 한국 강소 IT기업의 중국 진출길도 점점 트이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어 외국 소기업의 중국 진출이 과거보다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뉴 교수에 따르면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칭화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창업 인큐베이팅 기업 '칭화사이언스파크'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스타트업(start-up)에 대한 정부 지원과 사회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다만 뉴 교수는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여전하다"면서 "지적재산권 제도나 시장경쟁 체제의 미비로 인한 부작용은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의 과학기술계는 '973 프로젝트' 등 정부의 장기적인 육성정책이 성과를 거두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공산당의 기조 덕분이기도 하다.
뉴 교수는 "덩샤오핑은 이미 1977년 '과학기술이 제1의 생산성'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과학기술이 중국의 나아갈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후 10년, 20년 단위 중장기 과학발전 계획이 수립됐고 현재도 이 같은 정책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인들은 지금까지와 같이 급속한 경제성장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기술과 창의력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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