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혁신기업이라며 극찬했던 중견가전업체 모뉴엘이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은 지난 20일 농협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산업은행 등 일부 채권은행은 보유한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 일시 회수하는 '기한이익상실'로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 규모는 1금융권 5,900억원, 2금융권 200억원 등 총 6,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모뉴엘은 매출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법원은 압류를 금지하는 재산보전처분 및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후 회생절차는 2주 안에 결정된다.
지난해만 해도 매출 1조2,700억원, 영업이익 1,100억원, 현금(738억원)과 매출채권(934억원) 등 유동자산만 3,591억원에 달했던 모뉴엘이 한순간에 자금난에 빠진 것에 대해 업계는 수출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모뉴엘은 수출 비중이 80%에 달해 수출 대금 회수가 제때 이뤄져야 정상적인 자금운용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해외 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공 매출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당국도 현재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의 분식회계 관련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속성장하는 강소기업으로 이름을 날리던 모뉴엘은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PC와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도 참가해 혁신상을 받았으며 최근에는 TV 시장 진출을 앞두고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박홍석 대표는 삼성전자 미주법인 영업총괄 출신으로 수행원 없이 전 세계 시장을 누비며 바이어들을 직접 만나는등 '판매왕'으로 불릴만큼 남다른 사업수완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올 초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꼽은 '올해 주목되는 아시아의 대표 경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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