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7월 모델 포트폴리오(MP)에서 에너지·보험 업종을 대거 편입하고 자동차·IT 업종의 비중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2·4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고 실적 모멘텀이 존재하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대우·하나대투·유안타 등 증권사 8곳의 7월 MP를 분석한 결과 메리츠종금증권(008560)과 IBK투자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에너지 업종에서 SK이노베이션(096770)을 담았다.
하나대투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투자비중을 4%로 잡아 전월 대비 2.5%포인트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반등에 따른 재고 평가 이익과 에틸렌을 중심으로 한 화학 부문의 실적이 개선돼 올 2·4분기에 지난 2012년 3·4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011170)도 IBK투자증권과 삼성증권(016360)을 제외한 증권사들이 모두 꼽았다. 대우증권(006800)은 롯데케미칼의 비중을 3.9%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늘렸고, 하나대투증권은 롯데케미칼을 이달부터 새로 추가했다.
보험 업종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 등 보험업종의 비중을 6%로 전월 대비 3%포인트 늘렸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수출과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시장 전체 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정유, 화학, 보험 업종은 견조한 이익 전망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159개 유가증권 상장사 중 정유업종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조7,397억원으로 두 달 전 대비 47.01% 늘었다. 화학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15.22%, 보험도 5.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자동차와 IT의 투자비중은 낮췄다. 올 2·4분기 실적이 불투명하다는 게 이유다. 삼성증권은 자동차 비중을 축소하면서 전체 산업재의 비중을 11%에서 10%로 줄였다. 자동차 부품의 실적 악화 우려로 현대위아를 제외하고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를 편입했지만 비중은 3%로 크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자동차 부품의 비중을 전월 대비 3%포인트 낮췄다. 유안타증권(003470)도 자동차와 관련 부품의 시총 비중은 높지만 7월 편입비중은 0% 수준이라고 밝혔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 10개 종목의 2·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조5,811억원으로 두 달 전 대비 7.8% 하락했다.
KDB대우증권은 IT업종의 비중을 전반적으로 낮췄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비중을 전월 대비 일제히 줄인 것. 김상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IT가전, IT하드웨어, 자동차 업종 등은 2·4분기 순이익 예상치가 10% 이상 감소해 7월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001500)도 삼성전자의 비중을 전월 대비 4.67%포인트 축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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