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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준비한 타이젠폰을 완성하고도 구글과의 협력관계 등 외부 돌발 변수로 인해 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대외적 변수는 구글의 요청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타이젠(Tizen)을 앞세워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주도하는 운영체제(OS)시장의 양강구도를 깨려 했다. 하지만 애플과의 특허전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구글이 특허동맹 조건으로 내세운 타이젠폰 출시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4'에서 공개하려던 계획을 불가피하게 접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말 각종 테스트를 마치고 타이젠폰을 완성했다.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MWC 2014에서 첫 타이젠폰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실무진 차원에서는 첫 타이제폰의 브랜드명까지 작명하고,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마케팅전략까지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첫 타이젠폰은 지난해 이미 완성된 상태로 올해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었다"며 "자세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 (구글과의 협력관계 모색 등) 돌발 변수가 생겨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구글과의 특허동맹을 고려해 안드로이드 OS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체 개발한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의 또다른 요청인 선탑재 앱 축소로 인해 삼성앱스와 삼성허브 등으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던 삼성전자 전략도 흔들리게 됐다. 삼성앱스와 삼성허브를 활용해 콘텐츠 유통 등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사업을 확대하려던 것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앵그리버드 등 거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타이젠용 앱 구축에 비협조적인 점도 또다른 배경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인텔 등과 공동으로 타이젠 연합을 결성하고 타이젠 OS 기반의 다양한 앱 개발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타이젠 전용 플랫폼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 막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앵그리버드 등이 안드로이드와 iOS 기반의 플랫폼에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 타이젠 기반의 다양한 앱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자 타이젠폰 출시 연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타이젠 기반의 앱 개발 등 생태계 구축이 지연되면서 타이젠 연합 회원인 일본 통신사 NTT도코모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도 타이젠폰 출시를 보류했다는 후문이다. 타이젠폰이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태계 구축까지 지연되는데 무리하게 타이젠폰 출시를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타이젠폰을 출시하겠다는 복안이다. 우선 MWC 2014에서 공개한 삼성 기어2를 시작으로 하반기 타이젠 OS가 탑재된 TV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적용해 타이젠 OS의 우수성을 알릴 방침이다. 이후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재설정해 타이젠 OS를 적용한 모바일기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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