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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지 오는 21일로 100일을 맞는다. 권 회장은 지난 3월14일 포스코의 8대 회장에 오른 후 '위대한 포스코 재건'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연일 포스코 전 부문에 개혁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7월 초까지 직원들과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사내소통 콘서트'를 열고 있는 것을 비롯해 1·2차 협력업체도 방문, 개선의견을 취합하는 열린 토론회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직접 '투자자포럼'을 통해 애널리스트들에게 포스코의 신경영전략을 설명하기도 했다. 회장 취임 이후 주말도 반납했다. 주변 친척들에게는 "포스코 회장에 있을 때는 반경 20㎞ 내에 들어오지 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이 같은 행보에는 전세계 철강업체에서 가장 건실한 회사로 평가받던 포스코가 불과 5년 만에 위상이 급락한 만큼 이를 반드시 되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통 포스코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포스코 추락에 대한 안타까움도 배어 있다. 포스코 회장에 내정됐을 당시 '톱으로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며 숫돌에 간다'는 의미의 '절차탁마(切磋琢磨)' 의지를 강조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 급여 30%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외부 변화에 둔감했던 포스코가 권 회장 취임 이후 역동적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특히 '혁신 포스코 1.0 추진반'을 마련하고 준비해온 포스코의 변화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권 회장은 차기 회장 후보로 내정되자마자 추진반을 통해 혁신과제 총 380여개를 발굴했다. 경영임원을 절반가량 줄이고 전문임원·부장 제도를 도입해 조직을 슬림화하며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기존 6개 부문을 4개 본부(철강사업·철강생산·재무투자·경영인프라)로 재편했고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포스코의 혁신을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권 회장의 의지대로 재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현안들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주력인 철강사업은 국내외에서 큰 도전을 맞고 있다. 철강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에 중국·일본 등의 경쟁업체가 견제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현대제철이 포스코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재무구조 안정을 강화했지만 최근 잇따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평가받는 시련도 맞았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아직 회장 취임 초기인 만큼 그동안 준비해온 성과들이 하나둘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한다. 권 회장은 역시 직원들에게 "이제부터 포스코의 미래를 바꾸는 혁신 프로젝트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라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강조하고 있다. 여전히 넘어야 할 난제들이 많지만 이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변화가 이제 시작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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