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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못가 서운하지만 회사 쑥쑥커 뿌듯"
입력2002-02-08 00:00:00
수정
2002.02.08 00:00:00
설연휴에도 구슬땀 흘리는 노동현장선물꾸러미를 한아름씩 안고 고향으로 향하는 설. 그러나 수출물량의 납기일을 맞추고 경기회복으로 밀려드는 일감 때문에 설에도 고향을 찾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많다.
이들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지 못하고 조상의 차례도 모시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몇년 전 IMF로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하고 실직의 공포에 시달리던 때를 생각하며 환한 웃음으로 일터로 나서고 있다.
◇ 현대중공업
설을 이틀 앞둔 8일 울산시 동구 전하동 현대중공업 소조립부 5베이(bay) 작업장에는 선박에 들어가는 철판을 용접하는 굉음과 표면을 다듬는 그라인드 소리가 귀청을 울린다.
다른 근로자들은 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지만 이 작업장 근로자 30여명의 얼굴에는 들뜬 표정은 전혀 없고 사뭇 비장한 각오마저 엿보인다.
이번 설 휴무기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특근을 하는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6,000여명. 전체 근로자 1만8,000여명의 3분의1이다.
이는 일감이 밀렸기 때문. 현재 수주잔량은 2년치 물량인 100여척. 매주 한척을 만들어야 해외 40여개국 선주사들에 클레임을 물지 않고 인도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시장 침체에 따른 운임시장 약세와 엔저로 인해 조선업계의 수요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
하지만 세계 1등 조선소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15.5% 증가한 8조4,350억원의 매출과 45억4,700만달러의 수출을 올려야 한다.
또 수주목표도 지난해 대비 22% 증가한 78억5,000만달러로 잡아놓고 있어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배희연(49) 소조립부 5베이 팀장은 "입사 25년 중 명절을 온전히 쉰 적이 거의 없어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나라경제를 살찌우는 수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며 "지금은 아내가 오히려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 동화기업
건축용 목재를 만드는 ㈜동화기업 인천공장에서 일하는 안희복 기술주임. 그는 이번 설에도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 내려가지 못한다.
"아내와 두 아이만 고속버스편으로 보냈습니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서운해할 것이 눈에 선하지만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동료들도 같은 처지니 혼자서만 우울해할 수도 없다. 또 한편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지난 93년 이 업체에 입사한 후 명절을 공장에서 보내야 할 만큼 이제는 회사 사정이 좋아졌다.
멀지도 않은 IMF 불황에 신음하던 때를 정말 옛날처럼 느끼게 만든다. 어려웠던 시절을 보내고 이제는 일이 너무 많다고 근심하는 처지다.
"입사 이후 지난 10년은 회사가 급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비록 자식과 아버지의 도리를 못하지만 이것이 사회에 대한 조그만 보탬이 아니겠습니까."
안 주임만이 아니다. 동화기업 인천공장 700여명의 근로자들 대부분이 이번 설을 회사에서 보내야 한다.
동화기업 인천공장은 22만평. 연간 2,000억여원 규모의 파티클보드(PB), 마루판, MDF 등 목재 가공품을 생산한다. 공장을 움직이는 인력은 500여명. 3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승명호 사장은 "명절도 반납하고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 덕분에 지난해는 2000년에 비해 두배에 가까운 2,350억원의 매출과 180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며 "근로자와 가족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기 위해 보다 낳은 보수와 복지시설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울산=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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