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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본인방의 신분으로

제1보(1~18)


제5회 농심배는 그 막이 오르기 전부터 한국기원 주변의 염려를 자아냈다. 5명의 한국 대표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였다. 이창호9단과 원성진5단은 익히 알려진 이름이었으나 박지은4단, 홍민표3단, 허영호2단은 그 명성의 미미함과 저단자라는 점에서 너무도 연약해 보였던 것이다. 중국은 구리7단, 후야오위7단, 저우허양9단, 왕레이8단, 위빈9단으로 선수단이 채워졌고 일본은 장쉬9단, 류시훈9단, 고바야시 고이치9단, 가토 마사오, 린하이펑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장쉬는 전년도에 이어 두 번째 출전이었다. 전년도(2002년)에는 일본의 신인왕 신분으로 출전했는데 박영훈 3단의 기세(박영훈은 그해 4연승을 거두어 일약 국제적인 스타로 각광을 받았음)에 눌려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물러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본인방의 신분이었으므로 1년 전과는 책임감의 차이가 있었다. 일본기원의 기대치도 상향 조정이 되었다. 얼마 전에 장쉬가 CSK배 단체대항전에서 세계랭킹1위 이창호를 격파한 터였으므로 거칠 것이 없었다. 일본기원은 장쉬를 1번타자로 내세웠다. 한국 선수들이 약체인 터이므로 기세만 잘 타면 장쉬가 박영훈의 4연승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기원의 계산이었다. 서전에서 만난 상대는 중국의 위빈9단이었다. 위빈은 1967년생으로 이 대국을 할 당시 36세였고 장쉬보다는 13년 연상이었다. 중국팀의 최연장 기사와 일본팀의 최연소 기사가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다. 장쉬의 백번. 백16이 놓였을 때 위빈은 10분을 숙고했다. 이 바둑의 골격이 짜여지는 기로였다. 참고도의 흑1로 협공하면 백14까지 하변에 거대한 백진이 형성된다고 보고 위빈은 17로 귀를 지켰다. 장기전으로 가자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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