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은 지난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가장 높은 변동성을 경험하고 있다. 중국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 신흥국 통화, 원자재 등이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제 유가다.
국제 유가는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말 20% 가까이 상승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다시 8%대로 급락했다. 앞으로의 유가 향방에 대한 전망도 엇갈린다.
유가 결정 변수는 크게 금융 부문과 실물 부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실물 수요의 경우 일정 수준이 유지되면 추세적인 변화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금융 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변화에 영향을 준다.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금융 부문은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1월과 3월에 국제 유가가 단기적으로 저점을 찍었을 때 세계 최대 원유 펀드인 'USO(United States Oil)'에는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투자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최근에도 유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진입하자 자금유입 규모가 다시 늘고 있다.
실물 부문은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혼재돼 있다. 지난달 말 국제 유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것은 공급 과잉이 개선될 여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나이지리아의 송유관 폐쇄, 베네수엘라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상회의 소집 요구 등에 따른 반응이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 문제로 8년 만에 국채 발행에 나섰다는 점과 OPEC이 유가 관련 논의를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것을 감안하면 정책 공조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과 관련한 실물 이슈는 대부분 공급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산업활동 감소 현상도 무시하기 어렵다. 2010년 이후 중국의 산업생산이 감소하면서 원유 소비도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는 유가 하락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가의 금융 부문이나 공급 측면에서 강세 요인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수요 부문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국제 유가는 30달러 후반과 40달러 초반 선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수준까지 하락했던 유가가 몇 가지 긍정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 빠르게 반등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심리적인 경계감이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유가 외에도 신흥국의 환율이나 증시 등 위험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대부분의 가격 변수가 극단적인 영역에 진입했다. 저점을 확인한 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볼 만한 대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