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에 몸담았던 고급 두뇌들의 중소기업행이 줄을 잇고 있다. 주로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대기업맨들은 발광다이오드(LED) 등 신성장동력 분야의 중소기업을 찾아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핵심 인재들이 속속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데 대해 벤처 및 중소기업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안정성을 보다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ED 에피웨이퍼 및 칩 생산업체인 에피밸리는 최근 LG전자기술원 그룹장 출신인 노민수 박사를 LED연구소장으로 영입했다. 노 박사는 지난 1990년 금성중앙연구소(현 LG전자기술원)에 입사해 20년간 LG에 몸담아왔으며 업계에서 LED 분야의 기술대가로 꼽히고 있다. 노 박사는 최근까지도 LG전자기술원에서 고출력 BLUE LED 개발과 정부 국책과제인 '차세대 광기록용 레이저 다이오드(LD) 개발'의 총괄 책임자를 맡는 등 국내 LED 기술발전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조명도 올해 초 LED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두산식품BG 부사장 출신인 전풍 사장을 영입했다. 전 사장은 질레트코리아ㆍ오랄비코리아 등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친 경영혁신 및 마케팅 분야 전문가이다. 전 사장은 현재 우리조명에서 일반조명을 포함해 LED 조명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국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에서 휴대폰 개발 및 전략 마케팅을 담당해온 박전만씨는 요즘 디지털 멀티미디어기기 제조업체인 아이스테이션의 사령탑을 맡아 신성장 동력 발굴 및 사업구조 개편작업을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아이스테이션을 기존의 PMPㆍ내비게이션 등 멀티미디어 기기 전문업체에서 넷북과 MIDㆍPMP의 장점을 취합한 스마트북과 와이브로 단말기 개발 등 컨버전스 단말기 업체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PC 업계에서 명성을 날렸던 김대성씨는 올해 초 LED 조명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의 국내 영업본부장 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때 '벤처신화의 대표주자'로 불리던 김 부사장은 본인을 소개하는 특이한 구직광고까지 낸 끝에 결국 LED 업계에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됐다. 대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한 중소기업들은 한결같이 회사 전반에 새로운 경영기법이 확산되고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서는 개인적인 성장 가능성이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제한되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며 "여기에다 갈수록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대기업들의 근무여건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핵심 인력의 이직현상은 중소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그만큼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벤처 2만개 시대를 맞아 우수한 인재가 몰린다면 전반적인 산업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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