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신드롬의 부활인가.’ 올해 이명박 정부가 탄생하게 된 데는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적 여망과 강력한 리더십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이는 서울경제가 실시한 신년 여론 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전반적인 국가발전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로 절대 다수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은 것. 박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 부문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정치 부문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치며 1위를 차지했다.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탄생할 수 있게 된 데는 역대 대통령의 공과를 바라보는 이 같은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국가발전 기여도 최고=전반적인 국가발전에 기여한 대통령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8명(79.8%)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연령이 높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높았다. 소득별로 볼 때 뚜렷한 경향은 없었지만 월소득 500만원 이상에서 84.5%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지역별로는 그의 고향인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88.3%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으며 광주ㆍ전라 지역에서도 55.3%로 절반 이상이 ‘박정희’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 다음으로는 ▦김대중 6.8% ▦전두환 2.9% ▦이승만 2.6% ▦노무현 2.4% 등의 순이었다. 노태우ㆍ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히 0.2%로 체면을 구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9세 이하 12.1% ▦광주ㆍ전라 26.8% ▦문국현 지지자 22.6%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응답 비율을 나타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울에서 6.0%로 김대중 전 대통령(5.0%)을 앞섰다. 노 대통령은 서민정권을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인 월소득 99만원 이하와 100만~199만원에서 각각 0.9%와 2.3%의 지지밖에 획득하지 못했다. ◇경제회복 열망이 박정희 신드롬 원인=경제 분야만 보면 박 전 대통령의 인기는 더욱 두드러져 응답자의 81.7%가 그를 지지했다. 여타 후보들은 전두환ㆍ김대중(4.6%), 노무현(1.1%), 이승만(0.9%), 김영삼(0.7%) 등으로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경제 부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50대 87.9% ▦전문대학 이상 84.9% ▦자영업 86.9% ▦월소득 500만원 이상 85.5% ▦대구ㆍ경북 87.3% 등 직업과 소득ㆍ연령ㆍ지역을 가리지 않고 80% 이상의 높은 응답 비율을 기록했다. 특히 이념적으로 진보진영에서조차 무려 82.2%(보수 84.9%)가 그를 꼽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광주ㆍ전라에서 14%를 기록한 반면 대구ㆍ경북에서 1표(전체 107명)도 얻지 못하는 등 지역별로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군사독재 정권이라는 멍에를 쓴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보진영에서도 전체와 비슷한 수준인 4.1%를 얻어 눈길을 끌었다. 금융실명제를 단행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부산ㆍ울산ㆍ경남(2.4%)과 강원ㆍ제주(1.4%)에서만 1%를 넘겼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고작 0.2%에 그쳤다. ◇정치 분야는 박정희ㆍ김대중 엇비슷=정치 분야에 대한 기여도는 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24.3%, 24%로 1~2위를 기록했다. ‘독재’와 ‘민주’라는 정 반대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두 역대 대통령이 비슷한 응답률을 나타낸 것은 이채롭다. 다만 두 역대 대통령의 응답자 분포를 보면 지지층이 정 반대인 점이 주목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을수록 지지도가 높았다. 경제 부문에서의 결과와 반대로 나온 것이다. 유신헌법을 선포하는 등 영구독재를 꾀했던 점이 지식인 층의 반발을 부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고학력ㆍ고소득층에서 지지가 높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권위주의를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노무현 대통령이 8.6%로 3위에 올라 다른 역대 대통령을 앞섰다.. 이밖에 김영삼(6.9%), 전두환(6.4%), 이승만(3.9%), 노태우(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결국 건국 이래 우리 역대 대통령 가운데 경제 분야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만이 의미 있는 평가를 받았고 정치 분야 역시 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국민들에게 이렇다할 업적을 평가받는 대통령은 거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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