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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시 입학 전형에서 한국외국어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 논술고사를 치렀다. 중앙대학교의 경우 논리적 주장에 대한 오류를 평가하는 문항이 출제되었다. 가치 판단을 함에 있어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이해하는 수험생이라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지면에서는 숨은 전제를 찾는 방법과 전제의 타당성 검토에 관해 설명하고자 한다. 논설문은 전제와 주장 그리고 근거로 분석할 수 있다. 주장의 타당성 또는 주장과 근거 사이의 타당성을 검토하기 이전에 주장 속에 숨어 있는 전제를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전제의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적절한 비판을 통해 수험생의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수시 논술고사에서 출제된 제시문의 일부이다. ‘노인은 가치 없는 인간이다. 왜냐하면 노인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이러한 주장의 오류를 비판함에 있어 첫째, 노인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근거의 비현실성을 짚어낼 수 있다. 직접적으로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노인도 있음을 근거로 전체 노인을 일반화해서 평가하는 이 주장의 잘못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간접적으로 자손에 대한 교육 및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적 가치 창출의 상당 부분에 노인의 기여가 있음을 반대 근거로 제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 주장의 숨은 전제를 파악해 보자. 숨은 전제는 ‘가치 있는 인간은 경제적 생산 능력이 있어야 한다’로 볼 수 있다. 이 전제를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우선 인간의 가치는 경제적 생산 능력 이외에도 자아실현의 정도, 사회봉사의 정도, 가족과 동료 사회에 대한 정신적 기여 등으로 다양하게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생산 능력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노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할 수 있다. 인간의 가치가 경제적 생산능력에만 국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인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 ‘인간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라는 설득력있는 근거를 통해 전제의 타당성을 비판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배금주의, 물신주의, 결과주의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고, 인간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인권 선언문에서는 ‘인간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이 존엄하다’고 선언하고 있다. 에리히 프롬도 자본주의적 소유양식을 비판하며 존재 자체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위 문제에서 깔고 있는 전제는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장과 근거의 타당성 또한 취약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보이는 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제시문에 함축된, 또는 숨어서 보이지 않는 전제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면, 정확한 독해뿐만 아니라 수험생의 논리적 글쓰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 용어 정리
전제(前提) : 논증(論證)에서 그것으로부터 출발하여 결론을 얻을 수 있는 명제(命題). 일반적으로 복수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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