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작된 원ㆍ달러 환율급락에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중소기업들이 대체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한은은 다만 환율하락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단기급락할 경우 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부적으로 분석한 ‘원ㆍ달러 환율급락이 중소 수출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하락에 따른 중소기업 수출에 대한 부정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중소기업들이 환율하락에 적응해나간다고 보는 이유는 중소기업의 수출증가율에 급격한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수출은 지난 2004년 3ㆍ4분기 이후 증가율이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5.6%에서 지난해 33.6%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품목별로 보면 수출 1위 품목인 전기ㆍ전자 제품의 증가율이 떨어지고 섬유류와 광산물도 소폭 감소했다. 반면 화공품과 철강ㆍ금속 및 기계류는 20% 이상 늘어났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이 예상하는 수출중단 환율 수준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실제 기업은행 경제연구소의 조사 결과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1월 평균 1,005원70전에서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답했지만 6월에는 975원90전, 올 1월에는 929원90전으로 하락한 상태다. 즉 930선까지는 공장을 돌리며 근근이 버텨낼 수 있지만 그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생산을 중단하지 않으면 연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중단 환율에 대한 눈높이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은 환율하락에 기업들이 적응해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한계기업들은 힘들겠지만 중소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 좋아지고 있어 (환율)급락만 아니라면 우리 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중소기업들이 잘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거나 단기급락할 경우에는 적자수출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신규계약을 포기하는 곳도 많아질 수밖에 없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문제는 한은의 우려처럼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들이 환율방향성을 점치기 힘들어지는 데 있다. 지난해 4ㆍ4분기 4원60전에 머물던 원화 환율 일중 변동폭은 올 들어 확대되면서 지난 1월 6원80전, 2월 7원40전까지 커졌다. 외환당국은 3~4월 중 원화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변동폭만 3원90전으로 둔화됐을 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일 원ㆍ달러 환율도 월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96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배당금 수요 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연초 같은 급락세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단기급락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배당금 수요가 시장에 이미 반영된 상태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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