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시된 재정경제부 국감은 여야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국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여야는 8ㆍ31 부동산종합대책, 세수부족 등 주요 현안마다 부딪혔다. 8ㆍ31 대책과 관련, 여당은 정부보다 한발 더 나아가 토지초과이득세 등 토지공개념제도 도입을 주문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8ㆍ31 조치가 서민들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실패한 대책이라며 보완을 강력히 요구했다. 세수부족을 놓고도 증세(여당)와 감세(야당)가 맞붙어 설전이 오고 갔다. 한편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금산법과 관련해서는 박영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고성을 지르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8ㆍ31 대책, 더 강화해야…서민피해만 가중…=여당 의원들은 8ㆍ31 대책 마련 과정에서 무산된 토지공개념 도입을 다시 주장하며 부동산정책 강화 필요성을 집중 제기했다.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불로소득 환수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종률 의원도 “토초세 재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8ㆍ31 대책의 경우 서민들의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한 예로 2주택 중과는 투기수요 억제보다는 실수요 억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야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참석한 청와대ㆍ행정자치부 등의 관계자들에게 ‘통계 조작’ ‘건설 및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을 집중 추궁했다. 아울러 8ㆍ31 대책이 청와대 의도로 만들어졌다며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한 부총리는 이에 대해 “8ㆍ 31 대책은 특정계층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며 “토초세를 다시 입법해야 될 필요성은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감세 대 증세, 계속된 공방=여당 의원들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상향 조정을 신중히 검토해야 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재경위 간사는 “대기업들은 단군 이래 최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법인세) 세율 인하를 원상복귀하는 문제를 고려해야 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상민 의원도 “감세조치는 대기업과 부자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간다”며 “세율인상을 검토해야 된다”고 밝혔다. 일부 여당 의원은 한나라당이 내놓은 감세안을 직접 비판, 의원간 설전이 벌어지기로 했다. 아울러 여당은 부가ㆍ소득ㆍ법인세의 세율 1%포인트 인하시 6조8,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별도로 내며 증세정책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감세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권과 정부를 압박했다. 엄호성 의원은 “10년 동안 근로소득세는 92%나 증가했다”며 “정부가 별 생각 없이 편한 곳에만 세금을 부과했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김정부 의원은 “서민들의 연탄보일러가 없어졌다가 다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감세를 통해 왜 솔선수범해 고통을 분담하지 않느냐”고 정부에 따졌다. ◇금산법 놓고 격앙된 설전 벌여=박영선 의원과 한 부총리가 금산법을 놓고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정부 안이 삼성측 안과 다르지 않다”며 “정부가 삼성을 봐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위증을 각오하고 말할 테니까 시간을 달라”고 감정 섞인 어조로 말을 꺼낸 뒤 “(박 의원의 지적은) 재경부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밖에 여당 의원들은 금산법 부칙 조항을 더 엄격히 적용할 뜻이 없냐며 정부의 의사를 묻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여권ㆍ청와대가 금산법 협의 부실을 문제삼아 ‘삼성 봐주기’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결국 삼성의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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