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성장 정체 조짐 고공비행 하던 시청점유율 작년부터 답보상태조작방송 파문·선정성 시비등 악재도 잇따라방송계 "질적성장 못하면 도태 될것" 경고도 이상훈기자 flat@sed.co.kr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과도기인가, 성장 정체인가’ 케이블TV 채널(PP)의 시청점유율이 심상찮다. 지난 수 년간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으며 ‘케이블 전성시대’를 예고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확연히 꺾이며 정체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질적인 성장 측면에서 위기감은 감지된다. 최근 1~2년간 CJ미디어, 온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늘리며 지상파와의 공격적인 경쟁을 펼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잇따라 터지는 조작 방송 파문과 선정성 시비에 얽히며 시청자들이 케이블에서 등을 돌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도 과거 겪었던 과도기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며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방송계 안팎에선 양적 성장에 버금가는 질적 성장이 담보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시청점유율 성장 ‘답보’ 지난 2002년 29.29%에 불과했던 케이블TV 시청점유율은 3년 만인 2005년 41.89%로 12% 넘게 성장하며 고공비행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자사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위해 잇따라 PP를 설립하고 온미디어, CJ미디어 등 대기업 PP사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낳은 결과물이었다. 케이블TV의 시청점유율의 이상조짐은 이미 지난 해부터 어느 정도 감지됐다. 2005년 41.89%에 달했던 케이블 시청점유율은 2006년 40.65%로 사상 처음 감소세를 맞았다. 올 상반기 들어선 42.6%로 다소 상승했으나 2005년과 비교하면 1% 미만의 저성장이다. 2002~2003년 당시 1년 사이 기록했던 성장률보다 2004~2007년 3년 반 동안의 성장률이 더 낮다. 일정 수준에 오른 산업의 성장세는 완만한 그래프를 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낮은 결과다. ◇질적 성장 멈추었나=문제는 양적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질적 성장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온미디어의 경우 2003년 퀴니, 2004년 온스타일, 2006년 스토리온을 개국했고 CJ미디어 역시 2003년부터 XTM, 챔프, tvN 개국, KMTV, 엑스포츠 인수 등으로 외형을 키웠다. 시청률 면에서도 1차적인 과제는 이뤄냈다. 각 채널 대표 프로그램들이 과거 ‘케이블 마의 시청률’로 여겨졌던 1%대를 쉽게 넘기고 최홍만 경기 등 일부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맞먹는 시청률을 낼 정도로 규모를 확장시켰다. 그러나 그 1% 이상을 쉽게 넘기지 못하고 지상파와 맞먹는 프로그램은 일부 특수한 스포츠 경기에 국한된다는 게 케이블의 한계로 지적된다. 1~2년 사이 tvN을 비롯한 여러 채널들이 자체 제작물을 쏟아내고는 있지만 시청률 1% 이상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초창기 케이블 자체 프로그램이 신선하다는 측면에서 주목은 받았지만 그 ‘신선함’을 뛰어 넘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아이디어의 부재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데 더욱 집착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 그나마 시청률 3%대를 기록하는 인기 프로그램인 tvN의 ‘현장르포 스캔들’은 페이크 다큐로 포장했지만 시청자를 우롱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고 같은 채널의 ‘리얼 스토리 묘’는 성추행 장면을 조작해 사과문까지 내보내기에 이르렀다. YTN미디어가 운영하는 코미디TV는 반 년 사이 방송심의 규정을 세 차례 어겨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시청자 외연 확대 시도해야” 방송계에선 케이블TV가 일부 특정 마니아 시청자 위주에서 탈피해 과감히 지상파처럼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제까지의 시도가 1차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그 틀을 과감히 깨야지만 지금의 과도기적 정체를 탈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웅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연구원은 “케이블은 지상파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이야기를 꾸려갈 수 있는데 그 기회를 잘 살려가지 못하고 있다”며 “단순히 지상파보다 자극적인 소재를 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시청자들은 케이블TV를 계속 낮춰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역시 이러한 인식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다. 송창의 tvN 대표는 “지금까진 시작 단계여서 불가피한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다”며 “한정된 시청자만 가지고 시청률을 올리는 건 결국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송 대표는 “지상파 재방송 PP가 인기있는 건 결국 그들이 지상파의 폭넓은 프로그램을 다루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마니아를 위한 프로그램과 함께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연구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7/09/0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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