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금호지구(신포) 경수로사업 기자재를 모두 인수하는 대신 2억달러(한화 1,900억원)가량의 청산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1일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 경수로사업을 공식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통일부의 한 당국자가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과 KEDO간 경수로 공급협정이 체결된 지 10년6개월 만에 경수로사업은 막을 내렸다.
KEDO는 이날 집행이사회 결의문에서 “북한 밖에 소재하는 KEDO 소유의 경수로 기자재에 대한 모든 권리를 한전에 양도하는 대신 한전이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경수로사업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전, 청산비용 회수에 3년 예상=한전은 신포 경수로사업의 청산비용 산정에 1년, 기자재 활용을 통한 청산비용 회수에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변준연 한전 KEDO 사업팀장은 “청산비용은 참여업체들의 클레임을 접수해봐야 아는데 이것만 5개월 정도 걸린다”며 “1년 안에 한전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정확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산되는 청산비용은 114건의 사업계약에 따른 보상과 미지급금을 포함해 1억5,000만~2억달러. 한전이 KEDO에서 넘겨받은 기자재는 원자로 설비 23종 등 투입된 금액 기준으로 8억3,000만달러 상당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청산비용 2억달러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재 재활용ㆍ매각 쉽지 않을 듯=한전은 원자로ㆍ터빈발전기ㆍ보조기기 등 KEDO로부터 인수할 기자재를 국내 원전 신규 건설시 활용, 해외 수주시 활용, 국내 원전에 재활용하는 방법 등 어려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자력 기자재 특성상 거래가 쉽지 않고 현재 추진 중인 원자로 용량에도 맞지 않아 재활용과 매각 둘 다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한 감가상각된 기자재 가치가 크게 떨어진데다 114건의 계약에서 하청업체들의 클레임 규모를 예측하기 힘들어 청산비용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원전 신규 건설에 사용하려면 100만kW급인 신포 경수로 기자재를 현재 우리가 추진 중인 140만kW짜리에 맞춰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형 원자로인 신포 경수로 기자재를 해외에 수출하는 방법도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과 달리 한전이 청산비용 2억달러를 지불하고도 기자재 처리에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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