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들이 주요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기관 전용 클래스를 신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기관들의 자금 여력이 늘어나 투자 대상이 확대된데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집행 규모가 큰 기관 자금을 유치해 덩치를 키우고 기관 전용 사모펀드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어 기관의 공모펀드 투자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새로 생긴 공모펀드의 기관전용 클래스(FㆍI)는 68개로 지난해 1년 전체 신설 건수(69건)와 맞먹는 규모이자 2010년(48건)과 2011년(53건)을 뛰어넘는 수치다. 금융기관 전용인 F클래스와 일반 법인, 거액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클래스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가입하는 A(판매수수료 선취), B(판매수수료 후취), C(판매수수료X), E(온라인 전용) 클래스 등과 운용 전략은 동일하지만 판매수수료ㆍ운용보수에서 차이가 있다. 기관 전용 클래스는 일반 클래스 대비 수수료 등 총 보수는 낮은 편이지만 집행 금액이 일반 개인보다 커 운용사 입장에서는 크게 반기는 측면이 있다. 기관 클래스 증가는 결국 펀드 투자 수요 확대가 1차적인 배경이란 뜻이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영업본부 상무는 "기관들의 운용자금 규모가 커져 투자 여력도 함께 커지고 있고 그 가운데 하나로 펀드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관들이 투자처 다양화 일환에서 펀드로 돈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로 채권에 투자하며 고유 자금을 운용해온 주요 법인들은 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데다 금리 상승 이슈로 손실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기관 단독 사모펀드 가입시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하는 종목에 대한 공시 부담도 커 기관들이 다양한 형태의 공모형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비교적 큰 규모의 자금을 유치해 펀드 덩치를 키울 수 있고 사모펀드보다 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어 기관 클래스 신규 설정에 적극적이다.
통상 기관 클래스는 펀드 설정 후 1~2년 이후 기관 요청으로 만들어진다. 과거 성과를 중요시하는 기관 입장에서 설정액이나 수익률이 어느 정도 쌓인, 이른바 '검증된 펀드'에 가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연초 수익률이 부각된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 한국투자마이스터, KB중소형포커스(이상 F클래스) 등이 신규로 기관 클래스를 설정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밸런스는 올해 펀드 전체에 들어온 돈(1,054억원) 중 절반 이상인 615억원이, KB중소형포커스는 769억원 중 430억원이 기관자금이었다. 설정 이후 올해 처음 기관 자금을 받은 한국투자마이스터펀드 역시 펀드 전체 클래스 합산 유입자금(769억원)의 절반 이상(430억원)이 F클래스로 들어온 돈이었다.
기관 클래스는 비교적 큰 규모의 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매 시 펀드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기관의 성과 평가도 점차 단기화되고 있다"며 "지수가 많이 떨어졌을 때 저가매수로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차익실현을 한 뒤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아 무조건 안정적인 장기 자금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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