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락하는 환율에 노출된 중소기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율 문제를 들여다보면 중소기업의 요원한 경쟁력과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관행은 '한국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0%를 차지한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취약하다 보니 환율에 굉장히 민감하다. 특히 섬유ㆍ의류 등 경공업 부문 수출 중소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에 크게 의존해 환율이 하락할 경우 직격탄을 맞는다.
하지만 환율하락에 대비해 환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 중소기업의 65.1%는 '여건상 환리스크 관리를 못한다'고 했다. 그나마 '수출계약시 대금결제일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업체가 22.6%일 뿐이다. '결제통화 다변화(19.8%)' '무역보험공사 환변동보험(8.5%)' '시중은행 선물환 거래(7.5%)' 등은 비중이 낮다.
중소기업이 환리스크를 피하게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원ㆍ달러 환율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기 이후부터 환변동보험 가입도 급감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소기업의 환변동보험 가입실적은 1조851억원으로 2년째 감소했다. 2년 전(2조5214억원)에 비해 반토막 났고 2008년과 비교하면 7분의1 수준이다. 무역보험공사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통화옵션상품 키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기업들이 전혀 다른 상품인 환변동보험 가입조차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환차손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수출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 협력사들은 기여도에 비해 과실이 적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경제 중심에 두겠다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저환율 시대 수출 중소기업의 경쟁력부터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변동보험 가입 확대, 수출입 결제통화 다변화 등 중소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돕는 전담창구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환율급변으로 자금흐름이 막힐 경우 경영지원자금을 신속하게 지원 받을 수 있는 물꼬도 터야 한다.
홍성철 중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당국은 수출 중소기업에 대해 환위험관리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일시적인 자금경색에 노출된 중소기업에는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수출 중소기업의 환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비가격 경쟁력을 확충할 수 있는 지원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