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friendly)’ 기조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도 뚜렷하게 부각됐다. 지난 10년간 2%대 증가에 그친 투자부진에서 벗어나 성장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못지않게 기업에 대한 감세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를 물릴 때 적자 자회사의 손실을 공제해주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고 법인세율도 이미 공표된 대로 최대 5%포인트를 낮춘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등의 민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초 올해부터로 예정됐던 대기업 법인세 인하 시기는 1년 연기됐다. ◇연결납세제 도입으로 기업부담 경감=오는 2010년부터는 모회사와 자회사를 하나의 과세단위로 간주해 각각의 소득과 결손을 합해 법인세를 매기는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된다. 예를 들어 모회사와 자회사 A가 각각 3억원과 1억원의 소득을 올린 반면 자회사 B가 2억원의 적자를 냈을 경우 지금까지는 모회사와 A회사의 소득 4억원에 대한 법인세를 물렸지만 2010년부터는 B의 손실 2억원을 공제한 나머지 2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다만 이 제도는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갖는 자회사에만 적용되고 해당 기업이 기존의 개별납세 방식과 연결납세 가운데 어느 쪽을 적용할지 선택하면 5년간은 채택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 연결납세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에서 시행 중으로 조세 선진화와 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기업이 손실을 입을 경우 결손금 이월공제 기간도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현행 5년에서 내년부터는 10년으로 두배 늘어난다. 주요국의 이월결손금 공제 기간은 일본이 7년, 핀란드ㆍ멕시코 등이 10년, 미국ㆍ캐나다는 20년이며 영국과 독일은 무기한이다. 지금까지 ‘사업장(지점)’ 단위를 원칙으로 부과되던 부가가치세는 ‘사업자’ 단위로 전면 확대된다. 정부는 올 들어 전사적 기업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갖춘 일부 기업에 한해 ‘사업자’ 단위 납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2010년부터는 여러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한곳에서 일괄적으로 사업자등록ㆍ신고ㆍ납부ㆍ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법인세 인하 1년 연기=법인세 감면은 예정대로 시행하되 대기업의 세율인하 시기는 1년 연기됐다. 종전 법인세율은 과표 1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 13%가 적용됐지만 2008사업연도에는 과표 2억원 이하 기업에 대해 11%, 2010년부터는 10%로 세율이 낮아진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현행 25%에서 올해 22%, 내년 20%로 각각 인하한다는 기존안을 수정해 1단계 인하 시기는 2009년으로 1년 늦춰진다. 대기업 감세 재원 2조8,000억원을 저소득ㆍ서민층의 민생안정 등으로 돌리기 위해서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이 같은 법인세 조정으로 2010년에는 전체 국내 법인 가운데 90.4%에 해당되는 32만개 기업이 10%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 받는다.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꼭 내야 하는 최저한세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현재 10%에서 2010년 7%로, 대기업도 현행 13~15%에서 순차적으로 10~13%까지 내려간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충한다. 창업 후 4년간 법인세나 소득세의 50%를 감면해주는 창업 중소기업 대상에 음식점ㆍ건설ㆍ영화관운영ㆍ전시 및 행사대행업 등을 추가하고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일몰시한을 올해 말에서 2011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10년 이상 사업을 한 중소기업이 공장을 옮기면 양도소득세를 2년 거치 2년 분할 조건으로 낼 수 있도록 특례도 신설했다. 이 밖에 지방 골프장과 관광호텔 등에 대한 세제혜택은 예정대로 시행되고 공모펀드 증권거래세 면제 일몰시한은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로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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