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 안전문제가 발견된 여객선들에 대해 시정조치가 완료됐다며 점검 열흘도 안 돼 운항을 재개시키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가 하면 안전대책을 만들겠다며 구성한 민관합동기구는 첫 회의부터 '선장'도 없이 '출항'했다.
2일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73척의 연안여객선 중 155척에 대한 긴급안전점검결과 11척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운항정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수부는 문제의 11척 중 9척에 대해 시정조치를 완료했다며 운항을 재개시켰다. 9척은 하모니플라워호·플라잉카페리호·남해고속카훼리7호·평화훼리5호·여수거북선호·제주월드호·고군산호·한려페리호·은성페리호 등이다. 이들 운항재개 선박은 비상조타 불능, 상갑판하부 기관 구역 임의 파공, 타기실~조타실 간 통신 불능, 수밀문 작동 밀폐 불가, 화재 탐지장치 고장을 비롯한 중대결함 등을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당국은 해당 여객선사에 대해선 형사고발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하지 않았다.
155척 중 11척밖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거리다. 이번 점검은 한국선급·선박안전기술공단과 함께 진행됐다. 한국선급은 부실안전검사와 의혹을 사고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기관이다. 선박안전기술공단도 그동안 선박 부실관리 논란을 사 이사장이 물러났다. 정부가 선박 부실 점검을 해온 기관들을 데리고 또다시 사후점검에 나선 셈이니 제대로 된 결과가 나왔겠느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해수부는 이번 긴급점검 결과 등을 가지고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당초 TF에도 한국선급을 포함해 비판을 받았던 정부는 최종적으로는 한국선급을 배제시켰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총괄반장 역할을 맡았던 손재학 해수부 차관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 차관은 갑자기 청와대 보고일정, 국회 본회의 등의 일정이 겹쳐 불가피하게 TF 첫 회의에 불참하게 됐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애초에 국회 본회의가 예정된 날에 TF 회의 일정을 잡았다는 점 자체도 TF 운영이 허술하게 계획되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여야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손 차관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도 어선사고 등이 잇따르자 민관합동 TF를 구성해 해상사고를 30% 줄이기로 했지만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화되고 말았다고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해수부는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선박 생애주기에 따른 도입-검사-운항-관리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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