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년에 비금융자산 보유 비중이 높아 국제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에 대한 회계감시를 강화한다. 또 올해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불거졌던 조선·건설업 등 수주산업도 집중 감시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6년 테마감리 계획'을 발표했다. 테마감리는 지난해 도입된 제도로 금융당국이 회계오류에 취약한 분야를 미리 지정해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더욱 꼼꼼히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우선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자재 등 비금융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재무제표 반영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원유를 비롯해 천연가스·구리·옥수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에 대한 평가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 증권시장감독기구(ESMA)도 지난 10월 원자재 가격하락을 반영해 내년 중점 감리대상에 공정가치 평가 및 공시 부문을 포함시켰다.
박희춘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은 "원자재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 중 가격변동을 반영하지 않고 취득원가만 재무제표에 기록해 투자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 추이와 국내 기업의 자산총액 대비 비금융자산의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6월에 감리대상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불거진 수주산업의 회계불투명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청구공사(대금이 회수되지 않는 공사)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수주 기업이 공사의 50%를 진행해 발주처에 해당 대금만큼을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에는 진행률을 80%로 과대평가해 자산을 부풀리는 사례를 대표적인 회계오류 사항으로 제시했다. 금감원은 "올해 일부 조선·건설 기업들이 공사진행률과 가치를 과대 산정해 미청구공사금액과 관련한 회계의혹이 발생했다"며 "내년에는 매출액 대비 수주금액 비중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감리 기업을 선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회계불투명성이 제기된 상장사 스스로 금융당국에 새로운 감사인 지정을 요청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상장법인은 3년 단위로 감사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중간에 회계법인을 변경할 수 없지만 기업이 직접 요청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감사인 지정 신청을 통해 회계법인을 선정한 기업은 해당연도에 감리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다만 기업이 단순 변심으로 회계법인을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사전 심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내년 3월 감사인 지정 신청을 받고 4월에 대상 기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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