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ㆍ적금의 금리 격인 보험상품의 공시이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접고 상승 반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출구전략 논의로 촉발된 채권 금리의 상승 흐름이 보험상품의 이율에도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7월 저축성 보험(연금 제외)의 공시이율을 3.96%로 조정해 전달 대비 0.07%포인트 올렸다. 저축성 보험의 공시이율이 상승한 것은 13개월 만에 0.02%포인트 올렸던 올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한화생명과 신한생명은 연금의 공시이율을 올렸다.
한화는 전달 3.93%에서 이달 3.94%로, 신한은 같은 기간 4.05%에서 4.07%로 각각 0.01%포인트, 0.02%포인트 조정했다. 오름폭이 크지는 않지만 금리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언급되는 미묘한 시점이라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화의 경우 연금의 공시이율이 오른 것은 지난 2011년 4월 4.6%에서 4.7%로 조정한 이후 2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화생명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때문에 연금의 공시이율을 27개월간 내리거나 동결했다"며 "이번 인상 폭이 작지만 최근 시장 금리 움직임을 선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는 대형사인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LIG손보 등이 모두 이달 공시이율을 동결했다. 매달 공시이율은 직전 3개월 시장금리와 자산운용수익률 등을 반영해 산출되는 만큼 최근 금리 급등과는 별개로 이달에도 내릴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실제 동부화재는 이달 연금의 공시이율을 4.1%에서 4.0%로 내렸지만 대부분은 동결하거나 오히려 올려 보험사들이 금리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공시이율을 올린 보험사 가운데 상당수도 공식에 따라 산출된 공시이율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10% 변동 폭 여지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이달에 공시이율을 높였다고 금리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며 "다만 이전에 비해 저금리 리스크가 약화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리 흐름이 상승 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공시이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으로 크게 쏠렸던 무게 추가 영업과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가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아직은 저금리 리스크에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