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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글로벌협력 패턴이 정보기술(IT) 위주에서 최첨단 신사업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해외 선진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퀀텀점프(대약진)'는 삼성의 핵심 성장전략 중 하나여서 이 같은 패턴 변화는 향후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선도기업과의 제휴가 '3.0' 버전에서'4.0'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1.0'과 '2.0' 버전이 초기 시장 개척에 중점을 뒀다면 '3.0' 버전은 IT 글로벌 1위 달성 및 유지를 위한 전략이 주된 골자다.
글로벌 협력 버전 '4.0'의 골자는 IT 위주에서 탈피해 최첨단 신사업과 확고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첨단 신사업 제휴는 우선 삼성코닝정밀유리와 미국 코닝사 간의 합작에서 찾을 수 있다. 양사는 최첨단 기술인 태양전지 기판유리 개발을 위해 '코삼테크놀러지(CORSAM Technology)'라는 합작사를 출범했다. 이외에도 삼성과 코닝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유리기판을 만드는 삼성코닝어드밴스글라스를 만들었다.
최첨단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에서도 삼성은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일본 도레이와 탄소섬유 개발을 위한 협력관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1세기 블루칩 가운데 하나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분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삼성을 이를 위해 세계적인 바이오제약 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와 합작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시켰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제약사인 바이오젠아이덱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출범시켰다.
미래 유망사업인 자동차용 차세대 전자부품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전자 계열사가 주축이 돼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용 2차전지, 자동차용 반도체 등 차세대 전자부품 연구 및 생산을 위한 합작 라인을 물색 중이다.
삼성은 출범 초기부터 해외 선도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글로벌 역량을 강화해 왔다. 일본의 산요(전자와 합작), NEC(현 SDI), 산요파츠(현 전기), 세이코(시계), 세콤(현 에스원), 소니(LCD), 미국 코닝(현 삼성코닝정밀유리), 프랑스 토탈(현 삼성토탈) 등이 대표적 기업이다.
이 가운데 현재 미국의 코닝사 합작으로 탄생한 삼성코닝정밀유리와 삼성토탈(토탈과 합작) 등이 유지되고 있다. 소니와 전자와의 LCD 협력 관계도 막을 내렸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글로벌 협력 관계가 바뀌고 있지만 '거의 변하지 않는 룰'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해외 선도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할 때 반드시 지분을 50%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해 해외 선도기업에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서다. '버전 2.0'에서 나타나고 있는 합작사 모두 삼성이 최소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해외 기업과 합작사를 논의할 때 지분 50%는 반드시 관철시키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새로운 글로벌 협력 버전 '2.0'에서 어떤 사업 모델과 시스템을 구축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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