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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14일 공개한 서울 시내 면세점 최종 후보지인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은 신세계그룹의 모태가 되는 건물이다. 또한 지난 1930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백화점으로서 신세계그룹뿐만 아니라 국내 백화점 업계의 역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이라는 20년 숙원을 성취하고 더 나아가 면세점 사업을 그룹의 미래 전략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본점 명품관을 통째로 면세점으로 전환한다는 건 굉장히 파격적인 결정"이라며 "강남점을 비롯해 다른 지역 몇 곳도 후보지로 검토했지만 급증하는 수요에 비해 면세점 공급이 절대 부족한 명동 상권에 설치해야 한국 관광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본격적인 면세점 사업을 위해 별도법인 '신세계DF'를 설립한 후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본점과 강남점을 놓고 저울질하던 상황에서 롯데·신라·SK·한화·현대·이랜드 등 경쟁업체들의 막판 승부수가 잇따르자 결국 가장 과감하고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내 최초 백화점을 프리미엄 면세점으로=면세점 후보지인 본점 명품관은 86년 역사의 근대식 건물이다. 1930년 10월 미스코시 경성점으로 문을 열었고 1955년 동화백화점으로 한 차례 바뀐 후 1963년 신세계백화점으로 본격 출범했다. 1967년 국내 최초로 바겐세일을 실시했고 1969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기도 했다. 2007년 신관 오픈 이후에는 고급 브랜드만 집결된 강북 대표 명품관 역할을 하고 있다. 지하 1층, 지하 6층 등 총 7개 층으로 연면적은 1만3,400㎡(4,000평) 정도다.
신세계는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명품관의 7개 층 전체를 면세점으로 전환하는 한편 인접한 SC은행 건물까지 850억원에 사들여 면세점 VIP라운지 등 편의시설, 한류문화전시관, 상업사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면세점으로 이용되는 공간은 명품관 전체와 SC은행 일부를 더해 연면적 기준으로 1만8,180㎡(5,500평) 정도가 된다.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도보로 1층 접근이 가능한 단독 건물 형태의 면세점이 국내에는 없다"며 "명품관은 건물 외관뿐만 아니라 근대 건축의 느낌을 재현한 화려한 중앙계단, 고풍스러운 엘리베이터와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이 명품 쇼핑 고객을 위해 설계된 시설인 만큼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운영하는 데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신세계는 명품관 6층 외부 조각 공원인 '트리니티 가든'에 제프 쿤스, 헨리 무어, 호안 미로 등 세계적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면세 쇼핑과 예술 관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명품관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고품격 프리미엄 면세점'을 지향한다는 게 신세계 면세점 운영 계획의 핵심이다. 더불어 남대문시장과 명동 상권의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세계타운' 구축하고 글로벌도 진출=신세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가 신세계타운 구축뿐 아니라 그룹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글로벌 시장 진출과도 직결돼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명품관이 면세점으로 바뀌면 신세계그룹은 회현동 일대에 백화점과 면세점, 2017년 오픈 예정인 비즈니스호텔까지 모두 집결시킬 수 있게 된다. 2008년 사들인 메사 빌딩도 새로운 유통 시설로 활용 가능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30년 숙원으로 알려진 신세계타운을 마침내 조성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가 면세점 및 박물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SC은행 건물 매입에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것 역시 초대형 신세계타운 구축 작업의 일환이었다.
나아가 신세계는 면세점 사업이 글로벌 진출의 날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2012년 12월 부산 신세계면세점과 2014년 4월 김해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면세점 사업의 노하우를 쌓아왔다. 이어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 1개 구역을 차지해 오는 9월 인천공항에 첫 입성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남은 목표는 1차가 서울 시내 진출, 2차는 글로벌 진출"이라며 "서울 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사전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신세계는 경쟁사인 롯데에 비해 글로벌 사업 부문이 취약한 상황이다. 그간 롯데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 등 아시아권에 백화점·마트·면세점·호텔 등의 해외 점포를 거침없이 내는 동안 신세계는 중국 이마트 사업을 정리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과 인천공항 면세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게 될 경우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처럼 해외 면세점 입찰에도 적극 도전한다는 입장이다. 연내 오픈 예정인 베트남 이마트와 함께 면세점이 그룹의 글로벌 사업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게 신세계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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