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모양 가운데 굳이 원형을 고집해야할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그렇다. 뚜껑이 구멍 속으로 빠지지 않는 최적의 도형이 바로 원형이다.
실제로 원형은 어느 방향에서 측정해도 항상 좌우 폭이 동일한 정폭(正幅) 도형이다. 때문에 동그란 맨홀 뚜껑은 강제로 맨홀에 빠뜨리려 해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이와 달리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타원형 등의 도형은 측정 위치에 따라 좌우 폭이 달라진다. 이런 모양으로 맨홀 구멍과 뚜껑을 만들면 구멍의 폭이 가장 넓은 부분으로 뚜껑이 빠질 수 있다.
이는 지금 당장이라도 종이로 실험해볼 수 있다. 종이의 중심에 원을 오려낸 뒤 그 구멍에 오려진 원을 넣어보면 빠지지 않지만 다른 모양은 쉽게 구멍을 통과할 것이다.
물론 원형이 유일한 정폭 도형은 아니다. 뢸로 삼각형, 뢸로 오각형 등 19세기 독일의 기계공학자 프란츠 뢸로(Franz Reuleaux)가 개발한 뢸로 다각형도 정폭 도형에 속한다. 다만 뢸로 다각형은 아무래도 원형보다 제조공정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 선호도가 떨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