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놀랍도록 경이로운 풍경을 생생히 전하며 무수한 과학적 발견과 진보를 가져다 준 인류 최초의 우주망원경 허블이 최근 아이맥스(IMAX) 3D 영화로 우리 곁을 찾았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손에 잡힐 듯한 우주
영화 '허블 3D'는 2009년 5월 허블우주망원경의 마지막 수리와 보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초속 8㎞로 이동하는 허블망원경을 따라 우주를 유영하며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작업을 완수해야 하는 상황은 우주비행사들에게는 물론 미 항공우주국(NASA)에게도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미션의 하나였다.
영화 속에서 우리가 만나는 영상은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7명의 우주비행사들을 싣고 지구를 떠난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에 부착된 아이맥스 3D카메라의 작품이다.
또한 자신들의 두 눈으로 본 숨 막히는 장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기도 했다. 90분 단위로 해가 뜨고 지며 자세를 잡기조차 힘든 우주공간에서 촬영을 하는 것은 허블망원경의 수리만큼이나 고난도의 임무(?)였다고 한다.
그래도 우주비행사들은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며 성공리에 촬영을 마쳤고 이러한 생생하고 긴박한 우주 유영 장면이 스크린 위로 고스란히 펼쳐진다.
허블 망원경을 수리하는 우주비행사들 바로 옆으로 영롱한 푸른빛을 내뿜는 지구가 지나가는 광경에는 누구나 감탄사를 내뱉게 된다.
특히 영화에서는 허블망원경이 촬영한 우주의 경이로운 모습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별과 성운, 태양계 밖 외계의 풍광들이 3D로 눈앞에 수놓이는 결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허블망원경의 렌즈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다 보면 무한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영화 속 우주비행사들이 자신들의 여정을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고 정의내린 것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아주 특별한 미션
허블망원경은 대기권 밖에서 지구 중심 궤도를 돌며 별과 은하, 태양계 내외의 행성들을 관측하는 최첨단 우주망원경이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주축이 돼 개발했으며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한다'는 '허블법칙'의 주인공인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의 이름을 땄다.
주 반사경의 지름이 2.4m, 경통 길이 13m, 중량은 12.2톤에 달하며 지상 610㎞ 고도에서 초속 8㎞의 속도로 97분마다 한 번씩 지구를 돌고 있다. 동력은 경통에 부착된 두 개의 태양전지 패널에 의해 제공받으며 내장 배터리에 잉여 전력을 저장해 놓고 햇빛이 없을 때 사용한다.
20년간 우주를 향한 인류의 눈이 돼 온 허블망원경이 처음 지구궤도에 오른 것은 1990년 4월. 당시 과학자들은 지상에 배치된 망원경들과 달리 지구 대기의 간섭에 따른 관측 정밀도의 저하가 없어 인류가 가진 그 어떤 망원경보다 강력한 해상도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허블은 정상 가동에도 불구라고 애초에 예상된 해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랜 검사 결과, 연구진은 망원경의 렌즈에서 미세한 결함을 발견했다. 주 반사경에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정도의 오차가 있었던 것. 렌즈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면서 그 형태가 변한 때문이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한 첫 보수작업이 1993년 시행됐으며 이후에도 갖가지 크고 작은 문제로 16년간 총 4번의 수리와 보수가 이어졌다.
현재 허블의 초점부에는 4개의 관측기기가 장착돼 있다. 영화 허블 3D로 찾아온 2009년의 마지막 수리 작업, 일명 '미션 STS-125'에서는 광시야 카메라(Wide Field Camera)와 분광측정기(Cosmic Origins Spectrograph)가 업그레이드됐다.
또한 망원경의 색깔과 밝기를 보다 선명하게 하기 위해 최신 측량 카메라(Advanced Survey Camera)와 우주분광기(Imaging Spectrograph)도 보수됐다.
이 미션이 완수되며 허블망원경의 수명은 5~10년 이상 연장됐다. 덕분에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james web)'이 테스트를 마치고 2015년 이후 발사될 때까지 허블은 계속해서 우주의 신비를 밝혀주는 인류의 눈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 역사상 가장 빛나는 발명품
1990년부터 우주 관측활동을 시작한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20여년 동안 수없이 많은 업적을 남겼다. 지상의 망원경으로는 얻을 수 없었던 고분해능의 관측 자료를 다량 생산해낸 것. 이 자료는 허블망원경을 제어하는 지상통제소를 통해 과학자들에게 전해졌고 우주의 비밀들도 하나 둘 베일을 벗었다.
특히 허블은 초신성에 대해 많은 자료를 제공했다. 허블이 보내온 초신성 폭발 사진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은 물론 팽창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블랙홀의 크기를 측정하고 별의 최후를 포착하는 일 역시 허블의 주 임무였다.
최근에는 허블에 의해 지금까지 관측된 것 중에서 가장 오래된 은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은하는 빅뱅 이후 4억 8,000만년이 지난 후 형성된 것으로,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은하의 성장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허블의 이 같은 활동은 궁극적으로 지구와 같이 생명 탄생의 요람이 될 수 있는 환경조건을 가진 외계행성의 탐사에도 기여하고 있다. '행성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우리는 과연 어디서 왔을까'하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특하기 그지없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오늘날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역사상 가장 빛나는 과학적 도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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