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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봇·AAM…배터리 양산 전초기지 띄운다
산업 산업일반 2025.11.28 18:16:59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내연차의 ‘심장’인 엔진에 비견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30년 글로벌 목표 판매량 974만 대 중 553만 대(약 57%)를 친환경차로 판매할 계획이다. 엔진 기술이 없는 완성차 업체가 생존할 수 없듯 배터리 기술 없는 전기차 제조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현대차·기아가 1조 2000억 원을 투입해 첫 대규모 배터리 특화 연구 단지인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 안성 캠퍼스’를 건설하는 이유다. 현대차·기아는 안성 캠퍼스에 전극·조립·활성화 등 셀 제조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설비를 구축한다. 연구개발(R&D) 과정 전반에 데이터 해석 기술과 시험 자동화,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모델을 적극 적용하는 디지털 검증 체계도 갖춘다. 차량 요구 조건을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고난도 실증 환경을 만들어 배터리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품질·안전성을 하나의 테스트베드(시험대) 안에서 반복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생산 라인이 연 2~3GWh 규모로 추정돼 다수 샘플을 활용한 배터리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셀 설계 기술뿐 아니라 공정 기술 및 차량 시스템과 연계된 통합 제어 기술을 확보해 ‘소재-셀-모듈-팩-차량’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관점에서의 배터리 연구 체계를 확보한다. 아울러 차량용 배터리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로봇과 미래항공교통(AAM) 산업 등으로 확장한다.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과 AAM 기체의 기동성과 안전성, 상업화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계획대로 기술 확장이 전개된다면 안성 캠퍼스는 전기차·로봇·AAM 등 미래 모빌리티 배터리의 전진 기지가 된다. 현대차·기아는 안성 캠퍼스에서 전기차,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량(EREV) 등 차세대 전동화 차량에 탑재될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개발한다. 2030년까지 70~100㎾h급 보급형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가 낮아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언제든 배터리 양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 태세를 갖출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직접 양산 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내부에서는 전동화 경쟁력을 높이려면 일부 배터리라도 직접 생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배터리 제조사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1위인 중국 비야디(BYD)는 배터리 제조사로 시작했고 테슬라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1위인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함께 설립했던 배터리 제조사 ‘프리엄어스 EV 에너지’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안성 캠퍼스 건설은 배터리 핵심 연구 시설을 국내에 구축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안성 캠퍼스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과 화성 기아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에 이어 추진되는 현대차그룹의 세 번째 대규모 국내 투자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125조 2000억 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날 ‘V2G(Vehicle to Grid)’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V2G는 전용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와 가격이 높은 시점에 전기차 전력을 내보내 최적의 충·방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다음 달 초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V2G 시범 서비스 참여 고객을 모집한다. -
국영 부동산업체 '완커'마저 무너지나…대형은행 2곳 대출 거부
국제 정치·사회 2025.11.28 17:41:40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내몰린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완커(萬科·Vanke)가 대형 은행 두 곳에서 대출 지원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恒大·에버그란데),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굵직한 부동산 기업들의 파산 여파가 수년째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완커마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경우 부동산발 충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완커는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두 곳의 은행과 대출 협상을 벌였으나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다음 달 15일 20억 위안(약 4157억 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자금 압박이 심화되자 은행을 찾았지만 협조를 얻지 못한 것이다. 협상에는 최대주주인 국영기업 선전메트로가 직접 나섰지만 두 은행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달 26일 완커는 20억 위안의 채권 상환을 연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전메트로는 지금까지 300억 위안(약 6조 236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완커에 지원하며 채권 상환을 할 수 있도록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영진 교체와 함께 선전메트로가 대출 조건을 강화할 뜻을 내비치면서 지원이 유지될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완커에 대한 유동성 압박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완커는 보유 채권 중 134억 위안(약 2조 7856억 원)가량이 내년 6월까지 만기가 도래하거나 조기 상환 옵션에 직면해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에서 부동산 산업은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차지하던 핵심 분야였지만 거품 붕괴 후 대형 기업들이 경영난에 봉착하며 도미노 디폴트가 발생했다. 한때 중국 부동산 1위 기업으로 평가받던 헝다의 부채만 2조 위안(약 415조 7600억 원)에 달했고 비구이위안 등 다른 기업들도 막대한 빚을 남기고 무너졌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완커마저 무너질 경우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완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기존 민간기업들의 파산과는 파급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선전메트로가 최대주주인 완커는 사실상 국유기업으로 분류돼 중앙 및 지방 정부가 최종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파산 수순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릴 수 있다. 루크로르애널리틱스의 레너드 로 애널리스트는 “채권 만기 연장은 선전 정부의 자금줄이 실질적으로 닫혔음을 보여준다”며 “정부가 더 이상 완커의 부채를 떠받칠 의지나 능력이 없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불안심리는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완커의 일부 채권은 장중 40% 이상 폭락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전일 선전 증시에서 7.13% 급락한 완커 주가는 이날도 1% 넘게 하락했다. -
법인세 선별 인상안 두고 막판 진통… "벼랑끝 中企 직격탄" 우려도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11.28 16:46:48여야가 법인세 개정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 과표 구간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이 확정될 경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8일 국회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소위원회 소소위원회에서 법인세 및 교육세 개정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최종 결정을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넘겼다. 이후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야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수영 조세소위 위원장은 여야 원내대표 회동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데드라인인 일요일까지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일요일에 양당 원내대표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당초 소소위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정부안과 마찬가지로 과세표준 4개 구간 모두를 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반면 안도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일부 여당 의원들은 상위 2개 구간에 대해서만 1%포인트 인상하는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들까지 법인세를 올릴 경우 가뜩이나 미국발 고율 관세로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의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는 △2억 원 이하(9%) △2억 원 초과~200억 원 이하(19%) △200억 원 초과~3000억 원 이하(21%) △3000억 원 초과(24%) 등 4개의 과표 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정부는 전 구간에 대해 세율을 1%포인트씩 올리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법인세 인상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여야 논의가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양측은 전 구간 1%포인트 인상안과 상위 2개 구간만 1%포인트 인상안 중 한 가지를 결정하는 대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일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상위 구간만 인상할 경우 세수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전 구간 인상이 통과될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8조 4820억 원의 법인세가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위 2개 구간만 인상할 경우 세수 증가분은 10조 5623억 원에 그쳐 정부안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지난 정부에서 대규모 세수 펑크 사태를 겪은 재정 당국 입장에서는 물러서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다른 세목에서 정부안이 줄줄이 후퇴했기 때문에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면 중소기업을 비롯한 경제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들이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감세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증세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6.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1위다. 이는 OECD 평균(23.9%)은 물론 미국(25.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2023년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 비중은 한국이 3.6%로 집계됐는데 이는 주요 7개국(G7) 평균인 2.4%를 훌쩍 뛰어넘는다. 관세장벽으로 매출 타격이 예상되는 시점에 법인세 인상으로 비용 부담까지 늘어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투자 여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미국발 고율 관세의 영향으로 이미 벼랑 끝에 선 상황인데 법인세율까지 올라가게 될 경우 투자나 고용을 지금보다 더 줄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법인세 인상이 기업 혁신과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혁신 의지를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다”며 “법인세 인하는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과도한 증세가 기업가정신을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
LG그룹, 주주가치 제고에 1.2조 투입
산업 기업 2025.11.28 10:30:59LG(003550)그룹이 기업가치 제고에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입한다. 올 한 해 LG그룹 상장사 8곳이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향후 ㈜LG(2500억 원)와 LG생활건강(051900)(2000억 원)이 잔여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고, LG전자(066570)는 주주환원에 2000억 원을 추가로 내놓는다. 주주 환원과 미래 사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LG가 앞장선다는 구상이다. 28일 LG그룹 8개 상장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행 현황’을 일제히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계획을 내놓은 후 8개 상장사는 올 한 해 5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다.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로드맵이다. 지주사인 ㈜LG는 내년 상반기 내 잔여 자사주 2500억 원 규모(약 1.9%)를 전량 소각한다. 9월 2500억 원(약 1.9%)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LX그룹에 광화문빌딩을 매각해 확보한 4000억 원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낙점한 ‘AI·바이오·클린테크(ABC)’ 분야 투자와 주주 환원 재원으로 활용한다. LG전자는 2000억 원의 추가 주주 환원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는 추후 이사회를 통해 정한다. 보유 중인 잔여 자사주 전량(보통주 1749주, 우선주 4693주)도 내년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소각한다. 앞서 LG전자는 7월 자사주 76만 1000주(약 602억 원) 소각을 마쳤다. LG생활건강은 2027년까지 2000억 원 규모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LG화학(051910)은 성장 전략을 재편했다. 기존 3대(친환경,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동력에 ‘석유화학 고부가 전환’을 더해 4대 성장 동력으로 확장했다.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지분율을 70% 수준까지 낮출 방침이다. 현재 보유 지분 79.38% 중 9.38%를 매각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날 종가 기준 약 8조 9500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배당 정책도 계획대로 이행 중이다. ㈜LG는 지난해 별도 기준 배당성향 76%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연결 순이익 25% 이상의 배당 정책을 이행하면서 올해 900억 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한다. LG이노텍(011070)은 현재 10%대인 배당성향을 2030년에는 20%까지 높일 예정이다. 지배구조 체계도 강화한다. ㈜LG와 LG전자·LG화학은 이사회 산하에 보상위원회를 신설한다.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아 경영진 보상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다. -
송언석 "與, 대장동 국정조사 사실상 거부…그럴거면 왜 먼저 제안했나"
정치 정치일반 2025.11.28 10:21:48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를 둘러싸고 여야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8일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일당의 항소 포기 국정조사를 사실상 거부하는 듯하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에서는 터무니없는 검사 항명 의혹에 대한 조사도 수용했고, 고발인이 피고발인을 조사하게 되는 엉터리 법사위 국정조사 진행도 수용했다”며 “바로 이틀 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법사위에서 한다면 얼마든 수용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우리 당이 제안한 정상적인 국정조사 진행을 위한 요건을 하나도 수용할 수 없다는 민주당 답변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국회 법사위 차원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야당 법사위 간사 선임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독단적 회의 운영 시정 △국정조사 증인·참고인 채택 여야 합의 진행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조건이 아닌 상식”이라며 “민주당은 진정 야당 간사도 없는 일방적인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는 건가, 여야 합의 없이 여당이 부르고 싶은 증인들만의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건가, 추 위원장의 독단적 회의 진행을 계속하겠다는 통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그렇다면 민주당 TF에서 검사들을 불러 조사하지 국회 국정조사를 왜 하자고 먼저 제안했냐”며 “그래도 우리 국민의힘은 국민을 향한 진상규명을 끝까지 놓칠 수 없다. 민주당은 꼼수를 쓰지 말고 당당하게 원칙의 정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202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민생 경제 위기 속 예산안의 여야 합의 처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법정기한(12월 2일) 내 합의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 청년 일자리 정책, 관세협상 등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최근 여당이 발의한 대미투자특별법을 두고는 “국회 비준 동의 없는 특별법 논의 그 자체를 국민의힘에서 수긍하기 어렵다”며 “헌법 절차를 위반한 월권이자 국회를 무시하는 폭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발의된 특별법 내용도 문제투성이”라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대미 투자금은 한은 외화 자산운용 수익만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는데 실제 법안엔 정부 차입금 정부 고정 채권 정부출연금 등 국가 재정을 직접 동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미투자특별법 내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두고는 “이미 한국투자공사 등 전문기관이 있을 뿐 아니라 업무 대부분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에 위탁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공사가 자체적으로 할 일은 거의 없다”며 “이재명 정권 낙하산들의 자리 나눠 먹기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진배없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특별법 발의를 즉각 철회하고 국회 비준 절차부터 밟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
‘칼바람’ 분 LG 임원 인사…中 공습에 승진 두 자릿수 그쳐 [갭 월드]
산업 기업 2025.11.28 08:23:00LG(003550)그룹이 올 연말 인사에서 신규 임원 승진 규모를 두 자릿수로 대폭 축소하며 혹독한 쇄신을 단행했다. 가전과 2차전지, 석유화학 등 그룹의 주력 사업 전반에 걸쳐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기술 추격이 거세지자 구광모 회장이 전시에 준하는 위기 경영 기조를 내건 조치로 풀이된다. LG는 조직의 군살을 빼는 대신 인공지능(AI)·바이오·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분야의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워 미래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27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하고 총 98명의 승진자를 냈다. 지난해(121명) 대비 약 19% 감소한 수치로 2021년 177명, 2022년 179명, 2023년 160명, 2024년 139명으로 이어지던 감소세가 정점을 찍으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구 회장 취임 후 지속되던 ‘안정 속 혁신’ 기조가 ‘생존을 위한 고강도 쇄신’으로 급선회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G ‘성과주의’ 입각한 철저한 신상필벌 주력 계열사 수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 이번 인사의 핵심은 그룹 양대 축인 LG전자(066570)와 LG화학(051910)의 최고경영자(CEO) 교체다. LG전자는 류재철 사장이, LG화학은 김동춘 사장이 각각 신임 CEO로 선임됐다. 류 사장은 생활가전(HS)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로 가전 사업의 수익성을 방어하고 구독 사업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안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첨단소재사업본부장으로서 전자소재 사업을 고수익 구조로 전환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았다. 두 신임 CEO 모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술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2인 부회장 체제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권봉석 ㈜LG 부회장 1인 체제로 재편됐다.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해 경영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컨트롤타워가 슬림화되면서 구 회장의 친정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계열사 CEO들의 책임 경영이 한층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고강도 인사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과 중국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는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와 내수 부진이 겹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LG 주요 7개 계열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이 0%대에 머무르는 등 ‘이익 체력’이 고갈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구 회장은 올 9월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중국 경쟁사들이 자본과 인력을 4배 이상 투입하고 있다며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ABC’ 분야 인재 발탁해 미래 준비 40대 젊은 리더십, 조직 활력 제고 LG는 전체 승진 규모를 줄이는 와중에도 미래 성장 동력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의 인재는 과감히 중용했다. 이번 신규 임원 중 ABC 및 R&D(연구개발) 인재 비율은 21%에 달한다. 특히 올해 최연소 상무(조헌혁·1986년생), 전무(임우형·1978년생), 부사장(김태훈·1975년생) 승진자가 모두 AI 분야 전문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당장의 실적 방어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기술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다. LG는 자체 초거대 AI ‘엑사원’을 중심으로 계열사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을 가속화하고 있다. 80년대생 상무 3명을 신규 선임하며 조직의 연령대를 낮춘 것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재무적으로는 지주사인 ㈜LG의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든 점이 위안거리다.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LG의 매출은 8조 77억 원, 영업이익은 9668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6%, 5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주사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 재편과 미래 기술 투자를 뒷받침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한계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미래 사업 투자는 신속하게 진행하는 선택과 집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조직 슬림화와 세대 교체가 조직 내부의 안정성을 해칠 우려도 내놓는다. 베테랑 경영진의 퇴진과 젊은 피 수혈이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
[트럼프 스톡커] "GPU 필수" 젠슨 황 울분, 韓HBM만 '꽃놀이패'
국제 경제·마켓 2025.11.28 05:59:42최근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로 학습한 ‘제미나이 3.0’을 앞세워 업계를 뒤흔들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최강자인 엔비디아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나섰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도 구글이 제시한 AI 산업 모델의 새 방향을 기대와 혼란 속에서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 일각에서는 이를 오픈AI·엔비디아·SK하이닉스(000660)와 구글·브로드컴·TSMC·삼성전자(005930) 등으로 나뉜 단순한 경쟁 구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듯한 분위기다. 현 AI 산업을 둘러싼 역학 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AI 모델 시장에서는 구글·오픈AI·메타·앤스로픽·xAI 등이, 플랫폼·클라우드 시장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애플·오라클·아마존 등이, 반도체 시장에서는 구글·엔비디아·브로드컴·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AMD 등이 합종연횡하고 경쟁하면서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에 있다. 지금의 ‘군웅할거’ 기간을 지나면 AI 모델과 소비자 기기 플랫폼, 기업 클라우드 플랫폼, 반도체 설계(팹리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메모리반도체 부문 등에서 시장을 평정할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기에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보험을 든 상황이다. 특히 한국이 가장 큰 강점을 갖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의 경우 TPU든, GPU든, 또 다른 최첨단 칩이든, AI 시장에서 어떤 반도체가 패권을 쥐든 간에 필수품이 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독과점 구조보다 다극화된 경쟁 체제가 글로벌 AI 산업계에서 한국 기업의 몸값을 올리기에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더욱이 기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국면을 맞은 만큼 우리 기업들의 실탄 확보 여건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태다. TPU 수천 개와 슈퍼컴퓨터로 AI 초고속 연산에만 최적화…GPU 의존도 확 낮춰 지난 18일(현지 시간) 구글이 제미나이 3.0을 공개한 이후 월가는 ‘AI 거품론’을 재평가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제미나이 3.0의 성능이 기존 AI 거대언어모델(LLM) 최강자였던 오픈AI의 챗GPT의 아성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까닭이다. 더욱이 월가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제미나이 3.0과 이미지 생성·편집 도구 ‘나노 바나나 프로’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의 도움을 받지 않고 구글의 자체 TPU로 개발됐다는 점이었다. 구글은 기존 중앙처리장치(CPU), GPU와 달리 범용적인 작업은 수행하지 않고 오직 AI 연산만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TPU를 설계했다. 또 그 TPU 칩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슈퍼컴퓨터에 수천 개 연결해 거대한 기계처럼 작동하게 만들었다.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도입해야만 작동하는 줄 알았던 AI 모델의 학습 과정을 TPU와 슈퍼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소프트웨어 시스템 등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식으로도 가능케 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제미나이 3.0의 혁신이 확인되자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도 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구글이 아직까지 TPU를 외부에 판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엔비디아가 90% 이상 독점하던 GPU 시장에 일부 균열을 낼 여지가 생긴 셈이다. 구글 TPU의 성공 방정식은 다른 기업들의 맞춤형 반도체(ASIC) 개발 욕구도 강하게 자극했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아예 안 쓸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100%에 가깝게 의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까닭이다. 엔비디아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면 ‘블랙웰’ 등 값비싼 GPU 도입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 3.0의 성공이 월가의 AI 거품 우려를 상당 부분 불식시킨 이유다. 구글은 나아가 출시 첫날부터 제미나이 3.0을 자사 검색엔진 서비스에 곧바로 적용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용자들이 구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한 뒤 ‘AI 모드’ 탭을 누르기만 하면 손쉽게 제미나이 3.0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I 모델과 반도체, 소비자·기업 플랫폼을 수직 계열화한 기업다운 결정이었다. 자사 서비스와 제품을 들고 이리저리 영업을 뛰어야 하는 다른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제조사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현금 창출원인 기존 서비스가 탄탄해 재무 건전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오픈AI나 엔비디아와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TPU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지난 21일 뉴욕 증시에서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만 3.53% 오르고, 엔비디아는 0.97% 하락했다. 24일에는 두 기업 모두 오름세를 탔으나 알파벳 6.31%, 엔비디아 2.05%로 상승폭 차이가 컸다. 25일에도 알파벳만 1.53% 상승하고, 엔비디아는 2.59% 떨어졌다. 엔비디아는 25일 장중 한때 6% 이상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다른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이 AI 거품론으로 부진할 때도 ‘나 홀로 강세’를 보인 덕분에 지난달 말 3조 3900억 달러에서 이날 3조 9000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이달 초 1조 6000억 달러 이상까지 벌어졌던 엔비디아(4조 3200억 달러)와의 시총 차이도 25일 기준으로 4200억 달러로 줄었다. 현재 뉴욕증시 시총 3위인 알파벳이 마지막으로 1위 자리에 있던 때는 2016년 2월 2일이다. ‘구글에 시총 추격 위기’ 엔비디아 “우리가 한 세대 앞선다”…마이클 버리에도 반박 엔비디아에 대한 월가의 시각 변화는 대형 헤지펀드들의 주식 처분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17일 로이터통신은 1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고서를 토대로 상당수 헤지펀드가 엔비디아 주식을 정리했다고 보도했다. 피터 틸이 이끄는 헤지펀드인 틸매크로의 경우 엔비디아 주식 53만 7742주를 지난 분기에 전부 팔아치웠다. 틸은 페이팔·팰런티어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도 같은 기간 엔비디아 주식 보유량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250만 주로 줄였다. 코튜 매니지먼트도 엔비디아 보유 주식을 14.1% 줄여 990만 주로 축소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알파벳의 주식을 43억 달러어치 새로 매집했다. 영화 ‘빅 쇼트’의 실존 인물로 이름난 헤지펀드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24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옐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2005년 ‘집값에 거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제롬 파월 현 의장은 ‘AI 기업들은 실제로 수익을 내고 있어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인터넷 산업 거품)’ 때와는) 사정이 다르다’라고 밝혔다”며 현 AI 투자 열풍을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비견했다. 버리는 이어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지만 나는 돌아왔다”며 유료 뉴스레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버리는 이에 앞선 10일에도 시장 과열을 경고하며 자신이 운용하던 헤지펀드를 해체했다. 12일에는 X에 글을 쓰고 2027년 1월까지 팰런티어 주식을 주당 50달러에, 같은 해 12월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주당 110달러에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보유했다고 알렸다.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엔비디아는 위기론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엔비디아는 25일 X 공식 계정에 게시물을 올리고 “구글은 AI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뤘고 그들의 성공에 기쁘다”면서도 “우리는 계속 구글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클라우드, 기계학습(머신러닝) 등 서비스를 가동하는 데 있어 여전히 자사 GPU를 필수로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다”며 “오직 우리 플랫폼만이 모든 AI 모델과 컴퓨팅을 구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엔비디아 제품은 특정한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보다 뛰어난 성능과 다용성·호환성을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특정 AI 구조나 기능을 위해 설계된 ASIC’는 구글의 TPU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버리와 유료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글을 올린 비판자들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이 내용을 담은 메모를 지난주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 뿌렸다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특히 이 메모에서 회사에 재고가 쌓이고 있고 고객들이 대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한 필자의 글을 강하게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자사 재무제표를 근거로 과거 회계 사기 사건과 비교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최신 블랙웰 칩이 복잡성 때문에 이전 모델보다 총이익률이 낮고 보증 비용이 높다는 점만 인정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해명에 힘입어 26일 뉴욕 증시에서 1.37%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AI 거품론 희석 효과가 전체 기술주로 확산한 덕을 봤다. 이날은 알파벳이 1.08% 조정을 받으면서 시총 규모가 엔비디아와 다시 멀어졌다. 삼성전자는 구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수혜주처럼 양극화…HBM 시장은 모두에 호재 시장 참여자들이 제미나이 3.0의 돌풍을 구글과 오픈AI·엔비디아 연합 간 경쟁으로 이해하는 사이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덩달아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24~27일 나흘간 내리 상승했지만, SK하이닉스는 24~25일 이틀 동안 하락했다. 구글이 강세를 보인 다음날인 26일에는 삼성전자가 3%대, SK하이닉스가 0%대 오름세를 보였으나 엔비디아가 상승한 다음날인 27일에는 거꾸로 SK하이닉스가 3%대, 삼성전자가 0%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에는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라는 현실이, 삼성전자에는 구글의 공급망 편입 기대주라는 전망이 각각 다르게 적용된 결과였다. 구글은 현재 브로드컴과 협력해 TPU를 설계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TPU의 주문 생산량이 늘어날 경우 구글이 그 물량을 현 핵심 협력사인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나눠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2위 파운드리 기업이라는 사실은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취약한 SK하이닉스와는 구분되는 지점이다. 문제는 AI 칩 시장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띨수록 메모리반도체인 HBM 부문에서는 두 기업이 모두 수혜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두 기업 주가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영된 듯 보인다. 구글은 현재 TPU에 6∼8개의 HBM을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PU가 메타 등 다른 빅테크로도 판매될 경우 HBM 수요는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구글이 HBM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를 배제하고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에만 물량을 몰아줄 이유도 없다. 설령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를 통한 HBM 시장 지배력을 일부 잃는다 하더라도 구글이나 다른 빅테크를 통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스위스계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ASIC 고객을 대상으로도 HBM 공급에 있어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구글의 최신 TPU 7세대에 HBM3E(5세대 HBM) 8단을 우선 공급사로서 납품하고 있고, 다음 세대인 ‘TPU 7e’에 들어가는 HBM3E 12단도 독점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에 힘입어 AI 산업 변화를 견딜 힘이 생겼다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호재다. 이들 기업이 한 동안 HBM 등 고사양·고수익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만 몰두한 탓에 일반 칩들은 시장에서 품귀 현상을 겪고 있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2기가바이트(GB) DDR5 메모리반도체 모듈 가격을 9월 149달러에서 11월 239달러로 약 60%나 인상했다. 16GB·128GB DDR5 가격도 각각 50%가량 올렸고, 64GB·96GB 제품가도 30% 이상 높였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 4분기 계약 가격을 3분기보다도 40~50% 더 높게 책정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 기관 차이나플래시마켓(CFM)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3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3~35%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에 대해 27일 블룸버그통신은 델 테크놀로지스, HP 등 미국 기업들이 내년에 메모리 칩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중국계 레노버그룹, 대만 PC 업체 에이수스 등은 가격 상승에 대비해 메모리반도체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이달 IT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메모리 모듈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50%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AI 산업 수요 덕에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한 동안 활황을 누릴 것으로 이달 예측했다. ‘틱톡에 칩 사용 제한’ 중국 수출도 단기에 쉽지 않아…핵심은 ‘독과점 구조 붕괴’ 구글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180.26달러인 엔비디아의 현 주가가 지난달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207.04달러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그나마 거대 시장인 중국에 수출을 재개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는 있다. GPU 시장 독과점 구조 붕괴에 대한 우려를 매출처 확대로 극복하는 방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부산 미중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인 블랙웰 수출 허용을 안건으로 다루겠다고 했다가 공화당 등 자국 내의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포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으로 복귀한 뒤 블랙웰 등 최첨단 반도체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안 주겠다고 선언했다. 황 CEO가 그 직전 방한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005380)그룹, 네이버(NAVER(035420))클라우드에 블랙웰 등 총 26만 장의 GPU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서 이 발언은 한국에도 상당한 혼란을 불렀다. 지금도 백악관은 중국을 미국산 칩에 중독시켜야 하는지, 안보 위협을 감안해 수출을 계속 금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설왕설래만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 전에도 블랙웰이나 ‘H100’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20’ 칩만 엔비디아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미국이 이른바 ‘관세 휴전’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재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H20 수출 제한 조치를 해제했지만, 중국은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이를 수입하지 않고 자체 AI 칩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26일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자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에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신규 주문뿐 아니라 기존 재고 물량도 쓰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였다. 엔비디아가 짧은 기간 내에 중국 시장을 돌파할 공산이 크지는 않음을 시사한 소식이기도 했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기업 가운데 올해 엔비디아 칩을 가장 많이 구매한 회사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쓰지 않으면 자국 기업인 화웨이나 캠브리콘 등이 제조한 칩을 써야 한다.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미뤄진 관세 휴전 기간 동안 AI 자립을 이뤄내겠다는 중국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중국이 AI 반도체 카드를 틀어 막는다면 내년 4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이 협상력을 한층 더 올릴 수도 있다. 월가에서는 중국이 AI 굴기를 이루기 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독주 가도를 달릴 줄 알았던 엔비디아가 예상보다 일찍 강적을 만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구글의 부상은 닷컴버블 때와 유사한 순환 거래 구조, GPU 감가 연한, 회사채 발행을 통한 과잉 투자 등 그간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AI 거품론을 일부 진화하는 효과도 냈다. 미래에 얼마나 가시적인 이익을 낼지는 여전히 누구도 모르지만, 적어도 AI 산업이 자체 기술 혁신으로 투입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은 본 것이다. 황 CEO가 한 가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자들 역시 엔비디아가 현재 기술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AI의 문외한도 엔비디아의 GPU 기술이 매우 뛰어나며, 이 회사가 여전히 돈을 잘 번다는 사실은 잘 안다. 구글이 당분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으로 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모르지 않는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됐든, AI의 산업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가치다.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주가는 이 회사가 오랫동안 ‘AI 최고 사양 칩’ 시장을 독과점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다. 우려의 핵심은 ‘기업가치의 과대평가’이지 ‘기술과 이익의 저하’가 아니다. 월가가 따지는 지점은 엔비디아의 미래 가치가 지난달 29일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섰던 정도가 맞는지 여부다. AI 반도체가 경쟁 국면에 들어설수록 한국의 메모리 칩 제조 기업들도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TPU 도입의 확산, 구글의 향후 계약 관계 등은 AI 산업 전반에 걸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日 "'中자극 말라 트럼프 조언' 사실 아냐"…언론 "우려는 전달"
국제 정치·사회 2025.11.27 21:26:21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미국 매체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사실인지에 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주권에 관한 문제로 (다카이치 총리에게) 중국 정부를 도발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기술이 있지만, 그러한 사실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 둔다"고 말했다. 기하라 장관은 해당 보도 철회를 요청할 것인지와 관련해 "그러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이 점은 WSJ 측에도 의사 표시를 했다"며 사실상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회담(통화)의 상세한 내용은 외교상 대화이므로 답변을 자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가 오후에 입장을 바꿔 보도 내용을 부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부에 많은 조회(문의)가 있어서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SJ 보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NHK에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 사이에 사태 진정화를 위해 협력해 가자는 뉘앙스의 이야기는 있었다"며 "(미국이) 자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WSJ은 26일(현지 시간)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에서 대만 관련 발언의 성량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에서 중일 대립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으며,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교도통신이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일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중일 갈등의 원인이 된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중일 대립이 양국 간에 그치지 않고 미국을 끌어들이는 외교 문제로 발전한 모양새"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 협상을 중시해 중일 간 긴장이 미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일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24일과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총리와 연이어 통화했다.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서 동맹인 일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지 않아 불안감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25 증권대상] 'Super365' 계좌로 리테일 혁신…IB에선 SK 5조 딜 따내
증권 증권일반 2025.11.27 20:24:11‘2025 대한민국 증권대상’에서 증권사 부문 대상의 영예를 거머쥔 메리츠증권은 흔들림 없는 수익성과 과감한 자본 운용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안정적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이후 30분기 연속 1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이어가며 업계 최상위권의 안정성을 증명했고, 외국계 투자은행(IB)이 주도해온 대형 거래 시장에서도 토종 자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 549억원, 당기순이익 6960억 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이후 2년 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2014년 대비 영업이익은 7.3배, 순이익은 4.8배로 성장했고 같은 기간 자기자본도 1조 771억 원에서 6조 9042억 원으로 약 6배 늘었다. 호실적의 밑바탕에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 중심의 경영 원칙이 자리하고 있으며, 축적된 산업 분석과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경쟁력이 됐다. 올해 3분기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의 대규모 자산유동화 거래를 성공적으로 주관했다. 그간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글로벌 IB가 주도해온 대규모 자금조달 시장에서 국내 토종 증권사가 주도권을 되찾는 상징적 사례를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 LNG 발전자회사 전환우선주(CPS) 투자(3조 원)와 SK온 유상증자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2조 원)으로 설계된 이번 거래는 ‘속도·구조·합리성’을 두루 갖춘 빅딜로 꼽히며, 유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과 함께 경쟁을 펼친 시장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국내 IB의 위상을 높였다.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한 통합 금융 역량도 강화됐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3분기 셀트리온홀딩스 전환사채(CB) 발행의 주관사이자 주요 인수자로 참여하면서 총 50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중 2500억 원을 인수했다.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은 각각 1500억 원, 1000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자금 운용 역량을 입증했다. 전환가와 콜옵션, 조기상환 조항 등 복합금융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해 투자 안정성과 발행사의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메리츠증권은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확대된 시기에도 단기간에 투자심사와 리스크평가를 완료하고, 대규모의 사모채 인수를 단독 확정하며 기업의 자금 흐름을 지탱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린컴퍼니 매각을 통해 투자금 대비 2.5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그간 쌓아온 IB 역량을 바탕으로 발행어음 인가 이후에는 모험자본 공급 채널로서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테일 부문에서도 과감한 혁신을 선보였다.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 ‘Super365’를 출시하며 개인투자자의 수익 환원 구조를 새롭게 설계했다. 국내외 주식 거래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내년 말까지 전면 면제하고, 고객 예수금을 RP 자동매매 방식으로 운용해 매일 2~3% 수준의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존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자에서 1% 남짓만 고객에게 환원하던 구조를 뒤집은 것으로, 단순 이벤트형 혜택을 넘어 투자자 편익 중심의 비대면 모델로 자리잡았다. 계좌의 자산은 지난해 9월 8600억 원에서 2025년 10월 16조 2000억 원으로 급증했고,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2만 1800명에서 26만 8600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 도입한 ‘미국채권 LIVE’ 서비스 역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메리츠가 직접 보유한 물량으로 호가를 제시해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13시간 동안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자동환전 기능을 적용해 원화로 바로 주문할 수 있고, 달러 환전 수수료 역시 무료로 적용했다. 이 같은 구조적 혁신 덕분에 비대면 계좌 자산과 거래 규모가 단기간에 빠르게 확대됐다. -
'대장동 국정조사' 여야 협상 또 불발…"나경원 간사 선임이 걸림돌"
정치 정치일반 2025.11.27 19:28:15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7일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된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재협상에 나섰지만 또다시 결렬됐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협상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이같이 밝혔다. 유 원내수석은 “앞서 송언석 원내대표가 법제사법위원회 국정조사에 협력하겠다며 제시한 3가지 조건에 대해 민주당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상태에서는 협의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추가 논의를 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독단적 법사위 운영 중단 △여야 합의 하에 증인·참고인 채택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유 원내수석은 “우리는 이중 최소한 한 가지라도 민주당이 수용하는 게 낫지 않냐는 입장까지 제시했는데, 민주당은 모든 내용에 대해 일단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나경원 의원의 간사 선임’ 조건이 협상 결렬의 주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문 원내수석은 “두 가지는 크게 의미가 없어서 굳이 조건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인데, 간사 선임이 큰 걸림돌”이라며 “특정인을 염두에 둔 조건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원내수석은 “간사 선임은 입장이 팽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쉽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는 얼마든지 지도부에서 말할 수 있고, 증인·참고인 문제도 실무적으로 법사위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간사 선임만 양보하면 (국정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답했다. 여야의 추가 협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유 원내수석은 “민주당의 입장이 완강하니 저희도 이 부분에 대한 당내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해외칼럼] 미국, 실패한 우크라이나 정책으로 회귀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11.27 17:50:58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새로운 우크라이나 정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의 구상은 이전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키이우를 압박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족할 만한 양보를 끌어내 협상을 매듭지음으로써 트럼프가 노벨상을 수상하려는 판을 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더욱 고약스러운 것은 트럼프의 해법이 우크라이나의 입지가 매우 취약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의 전황 보고서는 러시아와의 전투가 가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전쟁에서 패할 것이고 러시아는 상징적 승리 이상의 것을 손에 넣게 된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산업·철도 중심지인 포크롭스크는 이미 위태롭게 휘청이고 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무자비한 압박 공세를 견뎌냈다. 그러나 키이우인디펜던스에 따르면 이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군의 포위망이 완성 단계에 있고 우크라이나가 남은 방어선을 지원할 수 있는 통로는 고작 10㎞ 정도에 불과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포크롭스크 주변에 포진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비해 8대1의 수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300명 이상의 러시아군이 이미 도시 안으로 침투했다”며 “모스크바는 내부의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 전선 후방에 파괴 공작팀을 심어놓으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함락될 경우 포크롭스크는 2년여 사이에 러시아군의 수중에 떨어진 최대 도시 지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 개의 도시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전쟁 기간 동안 도시 지역 요새들에 인접한 포크롭스크는 핵심 보급로의 역할을 담당했다. 우크라이나는 다급한 전황을 감안해 일부 군수품 공급망을 바꾸었으나 포크롭스크가 함락될 경우 도네츠크의 전체 방어선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모스크바의 우세는 전술적 탁월성이 아니라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끈질긴 지구력에서 나온다. 미국 전쟁연구소가 입수한 러시아의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9월 사이에 매달 평균 2만 9000명이 입대 계약서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기간 동안 러시아가 매월 3만 5000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추산한다. 즉 모스크바는 새로 모집한 신병보다 전투에서 잃은 군인들의 수가 더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두둑한 봉급 패키지를 이용해 전쟁을 이어가기에 충분할 만큼 빠르게 병력 손실을 보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용병 전략을 모방할 수 없다. 올해 첫 일곱 달 동안 확인된 우크라이나군의 탈영자만도 11만 명을 헤아린다. 일부 지휘관들은 대대병력 가운데 전투가 가능한 보병들의 수가 10명 미만이라고 하소연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원령을 통해 매달 3만 명가량을 끌어모으고 있으나 이들 중 전투에 적합한 인원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육군의 규모가 100만 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 군사분석가는 탈진한 병사들을 교체하려면 그보다 최소한 3배가 많은 병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탈진은 우크라이나군이 직면한 전략적인 위협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숱한 우크라이나 장병들은 병력 교체 없이 전선에서 100~200일을 보낸다. 게다가 하늘을 뒤덮은 러시아의 드론 탓에 휴식을 취하거나 움직이기조차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를 초래하거나 최소한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는 주요 원인은 외부 지원의 붕괴다. 미국은 사실상 대규모 군사 지원을 중단했다. 최근 일부 무기 지원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유럽이나 다른 동맹국들이 여기에 필요한 돈을 지불한 경우에 한한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패트리엇 포대, 정밀 유도 로켓과 같은 핵심 시스템은 조달 병목현상으로 지연되거나 재고에 대한 우려로 종종 중단된다. 유럽이 공백을 채우겠다고 약속했으나 어림없는 얘기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100만 발의 포탄을 1년 이내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끝내 시한을 놓쳤다. 탄약 공급도 전장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원유 인프라처럼 러시아 내지 깊숙이 위치한 전시경제의 생명줄을 타격하는 데 필요한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워싱턴은 이처럼 의미 있는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무기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우크라이나에 허용하고 있다. 전쟁 자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양측의 적대 행위가 2026년 말에 끝난다고 가정할 경우 2027년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는 최소한 650억 달러에 달하는 외부 재정 지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는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견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의 전비만 해도 우크라이나 국민총생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EU는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벨기에는 사법 리스크와 모스크바의 잠재적 보복에 관한 우려 때문에 EU의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에 반대했다. 모스크바의 기세등등한 협박에 유럽이 굴복한 셈이다. 트럼프팀이 푸틴의 요구대로 키이우를 압박해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러시아 측에 추가로 양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한 우크라이나 특사는 내년 1월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런 양보를 압도적으로 거부한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국민투표를 거치지 않은 영토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로 양보를 얻어낸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해 벨라루스와 같은 종속국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전략은 늘 서구보다 더 오래 버티는 것이었다. 푸틴은 미국과 유럽이 이번 전쟁에 피로감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모스크바의 승리가 아니라 서구의 내부 분열과 기능 장애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대적인 궤도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국은 머지않아 유럽의 중심부에서 공격적인 독재 정권의 손에 현대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첫 패배를 넘겨주는 협상을 주재하게 될지 모른다. 지난 80년 동안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이 지역이 미국의 국익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역설해왔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노벨 평화상은 항복이 아닌 평화에 수여된다. -
기업공시[11월 27일]
증권 국내증시 2025.11.27 17:00:15<코스피 공시> ▲금호건설(002990)=한국전력공사와 1744억 원 규모 평택 전기공급시설 공사 계약 ▲다스코(058730)=명지2호에너지와 132억 원 규모 연료전지 발전사업 EPC 공사 계약 ▲한국종합기술(023350)=명지2호에너지와 307억 원 규모 부산 명지2단계 연료전지 발전사업 EPC 공사 계약 ▲삼성SDI(006400)=삼성SDI 헝가리법인에 5906억 원 규모 채무보증 결정 ▲SK바이오팜(326030)=미국 WARF와 8425억 원 규모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 <코스닥 공시> ▲엔알비(475230)=조달청과 101억 원 규모 육군 부대 모듈러 제작설치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라이콤(388790)=LIG넥스원과 53억 원 규모 레이저 모돌 조립체 계약 체결 ▲나노실리칸첨단소재(286750)=중동 정부 의약품 보안솔루션 공급기업과 16억 원 규모 위주방지 보안제품 공급 계약 -
강기윤 한국남동발전 사장, '창의와 도전'으로 공기업 체질 개선
사회 전국 2025.11.27 16:02:51한국남동발전이 강기윤 사장 취임 후 경영 성과와 미래성장 비전 구체화로 공기업 혁신의 새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27일 한국남동발전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후 ‘창의와 도전’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성과 중심의 조직 체질 개선과 과감한 실행 중심으로 조직문화를 재정비했다. 특히 민간기업 CEO를 통해 습득한 강력한 추진력과 실행력, 도의원과 재선 국회의원으로 쌓은 풍부한 정책 경험, 행정학 박사로서 갖춘 이론적 식견은 지난 1년간 그의 공기업 경영에 그대로 녹아들고 있다. 그 결과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6월 발표된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했다. A등급을 획득한 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강 사장 취임 후 치러진 첫 평가에서 최고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경영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또 강 사장은 그간 지지부진하던 분당열병합 현대화사업 공사허가, 고성복합 액화천연가스(LNG) 배관공사 인허가 취득, 10년 이상 지연되던 해남태양광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며 남동발전의 숙원사업들을 해결하는 경영 역량을 뽐냈다. 이와 함께 노사합동 대정부 협의를 통한 목재펠릿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개선으로 회사 손실을 최소화했고, 서울 마곡열병합사업과 광명시흥 집단에너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비롯한 안전 최우선 경영을 통한 안전 최우수 등급 확보 등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과 도출을 위해 강 사장은 취임 직후 공기업 특유의 수동적 조직문화를 보다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창의와 도전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리더십으로 에너지 전환 시대 발전공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 것이다. 강 사장은 무엇보다 공기업으로는 이례적인 미래 비전을 설정했다. 에너지전환 시대 발전공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함으로써 한국남동발전이 발전공기업 대표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에 남동발전은 ‘2040 남동 미래로’ 비전을 통해 ‘남동 에너지 신작로 2040’을 제시했다. 석탄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신재생과 수소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오는 2040년까지 친환경 발전설비 2만 4000MW 구축과 청년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한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통해 연간 3800억 원 규모 ‘햇빛·바람 연금’을 조성해 국민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삼천포발전소 폐지에 대한 전략도 담았다. 그는 삼천포발전소의 폐지에 대응하기 위해 삼천포 부지를 활용한 3GW 규모 수소 전소 발전단지, 해상풍력 전진기지로 조성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7년까지 23조 원가량의 생산 유발 효과와 5만 4000여 개의 지역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지역 상생을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강 사장은 “공기업 지방 이전의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에 돈이 돌아야 한다”는 평소 지론에 따라 올해부터 지역 은행에 여러 시재금과 외환 등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경남지역 이전 공공기관 최초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200억 원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추진하는 등 지역 은행과 금융 거래를 적극 확대했다. 강 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그동안 우리를 둘러싼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창의·도전에 기반한 강력한 실행력을 갖춘 조직으로 거듭났다”면서 “이러한 체질 개선과 미래에 대한 대비를 통해 어떠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우리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낼 뿐만 아니라 발전공기업 대표로 우뚝 서서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주도해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APEC으로 되돌아본 분열과 만파식적의 정신 [이경화의 하이브리드 美MI]
오피니언 사외칼럼 2025.11.27 15:39:59“사르르, 파닥파닥…” 바람이 속삭이듯,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칠흑 같은 공간을 가르며 전통피리 소리가 흘러나오자,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서 훅? 날아온 듯했다. AI가 빚어낸 은빛 입자를 날개에 묻히고 미래를 향해 비상하는 그 생명 에너지는 꽃가루처럼 흩어져 부드러운 빛의 파동으로 퍼져나갔다. 이어 각국의 숨결을 머금은 수많은 나비들이 모여들었다. 무대는 어느새 미디어 아트와 K-팝 퍼포먼스의 향연으로 변했고, 그 빛의 무도회는 곧 세계 정상들이 앉은 만찬 테이블까지 날아가 그들의 손등 위에 건네진다. 이 하이브리드 로봇 나비는 과연 무엇을 속삭이고 싶었을까? 이달 초에 있었던 이번 2025 APEC은 단순한 경제 회의가 아니었다. 오감으로 역사를 느끼고 피부로 미래를 체험하게 한 하나의 ‘수행적 예술(Performative Art)’이었다. 미·중 정상이 동시에 이 경주라는 무대에 오른 장면은 그 자체로 이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사건이었다. 회의실 안의 딱딱한 프로토콜과 달리, 무대 위에서 펼쳐진 나비의 비상과 빛의 파동은 긴장과 경쟁 속에서도 인간적 공감을 끌어내는 새로운 외교 언어였다. 하지만 그 화려한 막 뒤에서, 세계의 냉정한 시선은 묻고 있었다.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APEC은 지리적 인연 외에는 거의 공통점이 없는, 그리고 깊은 정치·경제적 분열선으로 나뉜 느슨한 연합체에 불과하다” 고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적했다. 이 깊은 분열선을 K-컬처의 스펙터클이 과연 가릴 수 있는가? 화려한 문화 쇼케이스가 다자주의나 세계 무역 규칙 같은 실질적 외교 성과(substantive diplomatic achievement)를 대체할 수 있는가? 결국 이 모든 것이 국제적 통합이나 협력의 깊이를 향하는 것이 아닌 한국의 문화적 자산을 과시하는 ‘쇼’에 머무는 것은 아닌가? 오늘날 국제사회는 소통 불능의 시대에 놓여 있다. 지정학적 위기, 보호무역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세계는 만성적인 피로에 젖어가고 있다. 차갑게 깜빡이는 데이터만 오가고 인간적 체온은 사라진 시대.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누구도 진정으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 세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흥미롭게도 그 해답은 천년 고도 경주에서 발견되었다. 통일신라 왕실이 추구했던 조화와 상생의 정신, 즉 모든 분열과 파란을 잠재우고 평안을 불러온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의 상징성은 오늘날 세계의 갈등 구조와 기묘하게 겹쳐졌다. 금관의 황금빛이 일렁이며 상기시키는 동서 교류의 역사적 기억 속에서, 예술은 규약도 조약도 아닌,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풀어내는 ‘미학적 요법’이 되었다. 경주의 오래된 돌길, 신라 궁성의 유적, 고분 사이로 바람이 불면, 그 속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겹침은 회의장에서 논리와 숫자만 오가는 현실과 대조를 이뤘다. 대한민국은 APEC의 3대 목표인 ‘연결(Connect)·혁신(Innovate)·번영(Prosper)’을 딱딱한 문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은유, 즉 나비로 표현했다. 나비는 단순한 심볼이 아니라 동서양 철학을 담은 하나의 사상적 매개체였다. 그것은 현실과 꿈, 국가와 국가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장자(莊子)의 나비, 각국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도 더 온전한 공동체로 변화(Metamorphosis)하는 카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나비, 고정된 국익의 논리를 넘어어 생성(Becoming)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질 들뢰즈(Gilles Deleuze)의 나비였다. 그들의 손등에 내려앉은 하이브리드 나비는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단단한 것을 이길 수 있다.” 공식 만찬에서 이 철학은 현실이 되었다. 대금의 호흡이 천년 신라의 명상적 시간을 열고, 이어진 지드래곤의 미디어 아트와 K-팝의 전율은 전통과 미래가 공명하는 순간을 만들었다. BTS RM의 차분한 스피치는 진정한 연결은 프로토콜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려는 노력에서 시작되며 K-컬처가 단순한 흥행 콘텐츠를 넘어 사유의 힘을 지닌 예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한류가 단순한 ‘흥행 수출품’이 아니라, 정치·경제적 소화불량을 풀어내는 미학적 장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쇼는 기술이 패권 경쟁의 무기가 아니라 ‘연결’과 ‘번영’을 향한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 찬란함 뒤에 가려진 그림자도 있었다. 외신들이 지적한 경주의 인프라 한계,부족한 숙박시설과 비효율적인 교통은 화려한 쇼케이스에 비해 현실적 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문화 외교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을 떠받치는 기반시설은 냉정한 현실이며, 이 균열은 미·중 사이에서 실질적인 중재자 역할을 하려는 한국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순간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문화적 공감대는 다음 날 실제 외교 무대에서 힘을 발휘했다. 난항을 겪던 한미 관세 협상의 극적 타결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어젯밤의 감동과 서사는 협상 테이블 위에 보이지 않는 ‘신뢰의 자본’을 쌓아 올렸다. 경주에서 보낸 하룻밤은, 문화가 어떻게 가장 정교한 외교 무기이며, 경제 전쟁의 보이지 않는 전선이 될 수 있는지를 세계사에 증명했다. ‘문화쇼’가 어떻게 ‘실질적 외교 성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었다. 경주는 시간을 축적하는 도시다. 이곳에서 정상들은 ‘지금, 여기’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넘어, 천년 전 신라의 외교관과, 혹은 천년 후의 역사가와 대화하하는 듯한 시간의 교란을 경험했다. 그들은 ‘국가의 대표자’가 아닌, 문명의 지속을 고민하는 ‘역사적 존재’로 자신을 재인식하게 된다. 분절되고 피로한 시대. 우리는 경주에서 보았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섬세하고 조용한 날갯짓이 어떻게 폭풍을 잠재우고 새로운 질서를 생성하는지를. 문화는 더 이상 외교의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목소리이자,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의 언어일지 모른다. 그날 밤 경주 하늘 위에서 수천 마리의 나비가 은빛과 금빛으로 날아오르며 남긴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것은 외교의 미래였다. 진정한 외교란, 힘의 논리나 숫자 경쟁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이 맞닿는 섬세한 공감, 그리고 작은 것에서 출발하는 큰 변화임을. 세계 무대에서 하나의 현실로 증명된 순간이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이 날갯짓을 일회성의 장면으로 남길 것인지, 지속 가능한 국제질서의 언어로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우리의 선택이다. -
성수 삼표레미콘 부지, 79층 업무·주거·상업시설…내년말 착공 목표
부동산 분양 2025.11.27 10:58:35서울 성동구 서울숲 인근 삼표레미콘 부지에 79층 규모의 업무·주거·상업시설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전날 제1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서울숲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구단위계획 및 삼표레미콘 특별계획구역 세부개발계획 결정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부지는 1977년부터 약 45년간 삼표레미콘 성수 공장으로 운영되다 2017년 서울시, 성동구, 삼표산업, 현대제철이 업무 협약을 맺고 기존 시설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2022년에는 공장이 철거됐다. 이후 시는 삼표레미콘 부지의 도시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SP성수PFV 등 민간 사업자와 사전협상 절차를 밟았다. 시는 사전협상 결과를 반영해 이 부지의 복합개발 세부 지침과 공공기여 등 주요 내용을 결정했다. 이곳에는 최고 79층 규모의 업무, 주거, 상업 기능이 복합된 시설이 들어선다. 업무 시설은 35% 이상 확보하도록 했다. 그 외 업무지원 기능을 위한 판매, 문화 등 상업 기능과 직주근접을 위한 주거시설도 40% 이하 범위에서 도입한다. 개발 이익에 따른 공공기여는 6054억 원이다. 공공기여의 일환으로 개발 사업자가 서울숲 일대 상습적인 교통 정체를 완화하기 위한 기반 시설을 조성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 '유니콘 창업허브' 시설을 세운다. 이 외에도 성동구 488억 원, 서울시 1140억 원의 공공시설 설치비용(현금)을 부담한다. 시는 아울러 삼표레미콘 부지와 서울숲을 연계한 입체 보행 공원을 조성해 서울숲과 연계된 녹지공간을 확충하도록 했다. 삼표레미콘 부지에 조성되는 공유 공간도 개방한다.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은 지난해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숲과 연계된 입체 보행데크 건폐율은 최대 90%까지 완화할 수 있게 했고, 용적률도 최대 104%포인트까지 완화하는 등 관련 제도에 따른 인센티브도 받았다. 시는 서울숲 일대 지구단위계획 관련 재열람 공고를 내고 내년 1월 중 결정 고시할 예정이다. 건축심의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내년 말 착공이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삼표레미콘 부지가 성수지역을 선도할 수 있는 미래 업무 복합단지로 조성되고, 공공기여를 통해 서울숲 일대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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