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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새장 연 스노보드 마니아

[제8회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 BRILLIANT10 -GENETICS-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게 파퓰러사이언스의 신조다. 현재의 환경문제와 경제 문제를 생각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가장 유망한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파퓰러사이언스 선정 10대 과학자를 만나본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탕 쉬는 나노기술을 사용해 석유나 석탄보다 에너지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인 태양전지를 만들어 낼 것이다. 존 린은 RNA의 비밀을 풀어 인류의 건강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세계가 지금 큰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들 과학자의 뛰어난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래를 나쁘게만 볼 이유가 없다.


선정 이유: 사고뭉치 스노보드 마니아가 뛰어난 생물학자로 거듭난 후 쓰레기 RNA가 질병치료에 유용한 물질임을 밝혀내

이름: 존 린
나이: 33세
소속: 하버드 대학/베스 이스라엘 자선 메디컬센터

존 린은 관습을 깨는 데 이력이 난 사람이다. 청소년기에 그는 학교보다도 스노보드와 스케이트보드에 더 관심이 팔려 있었고, 4년 동안 고등학교를 3번이나 옮겨 다녔다.

그나마 졸업이 가능했던 것은 어머니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면 자동차를 사 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네소타 대학에 진학했는데, 이는 파티에 간다고 둘러대고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헐렁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 2학년 때 전환기를 맞는다. 스노보드를 타다 입은 부상으로 병석에 누워있는 와중에 아인 랜드의 소설 '마천루'를 읽게 된 것. 그는 등장인물인 하워드 로크를 보고 감명을 받는다. 로크는 타협을 모르는 건축가.

그는 자신에게 "나도 어떤 일에 그 만큼 매달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그는 생물학 강의에 몰입했고, 자신이 과학에 적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열의도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줄곧 A학점을 받았고, 곧 RNA에 자신의 장래를 걸게 된다.

리보핵산이라고도 불리는 RNA는 핵산의 단위물질인 뉴클레오티드가 길게 연결된 고분자 유기물. 뉴클레오티드는 질소염기·오탄당·인산 한 분자씩으로 결합돼 있는데, 오탄당이 리보오스일 때 RNA라고 하고 디옥시리보오스이면 DNA라고 한다.

DNA는 유전자의 본체를 이루며, 디옥시리보핵산이라고도 한다.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은 20세기 들어와서야 밝혀졌다. DNA는 모든 세포의 단백질 합성과 유전 및 형질의 발현, 그리고 세포기능의 기억장치 구실을 한다. 핵이 있는 세포의 경우 세포질 속의 핵에 염색체 형태로 있으며, 핵이 없는 세포의 경우에는 세포질에 존재한다.

DNA는 두 가닥의 핵산물질이 사슬을 이루어 이중나선구조로 돼 있다. 대부분의 고등생물은 DNA에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또한 유성 생식할 때는 감수분열을 하며, 무성 생식할 때는 자가 복제를 한다. 감수분열이란 생식세포 형성과정에서 일어나는 세포분열. 2회의 분열이 연달아 일어나서 1개의 모세포에서 4개의 딸세포가 형성된다.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면 개개인마다 DNA 유전정보가 다르다. 이에 따라 유전자 감식에 응용된다. 하지만 부모의 유전자 가운데 반쯤의 유전정보는 자녀에게 전해진다. 그래서 친자감별에 응용된다.

RNA는 그동안 DNA의 조력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실제 대부분의 진핵생물과 다세포생물은 DNA가 유전자 역할을 하고, RNA는 단백질 형성 과정을 맡는다. 그나마 상당수 RNA는 전혀 하는 일이 없는 쓰레기로까지 여겨졌다.

하지만 과학 분야에서도 린의 반골 기질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인간 게놈에 대한 생물학계의 상식을 뒤집어갔다. 지난 2003년 예일 대학 대학원생이던 그가 수천가지의 새로운 RNA를 발견해낸 것이 대표적 사례.

그는 이를 거대 삽입 비 암호화(Large Intervening Non-Cording) RNA, 즉 LINC RNA로 부르게 됐다. 그리고 나중에 이들이 전혀 하는 일이 없는 쓰레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즉 이들은 전체 유전체 조절을 감독하는 임무도 하고 있었던 것. 당시 이 같은 개념은 매우 우스꽝스러운데다가 이론의 여지가 많았다.

"사람들은 제가 또 바보 같은 것에 집착한다고 생각했지요. 기존의 학계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어요. 아니, 거의 모든 사람이 준비가 돼 있지 않았지요."

지난 2007년 LINC RNA 중 하나가 인간 세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그가 입증하자 반대론자들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는 이 LINC RNA에 허풍이라는 뜻의 '핫 에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다른 과학자들이 린의 연구결과가 허풍이라고 공격하던 것을 빗대어 붙인 이름이었다.

이 LINC RNA는 유전자 다발에 단백질을 전달해 면역반응 조절, 암세포 성장, 지방세포 및 줄기세포 생산 등을 돕는다. 린은 이렇게 말한다. "이 LINC RNA의 암호를 푼다면 이를 조작해 게놈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질병치료와 인류보건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는 것이죠."

그가 고기능성의 LINC RNA만 발견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그는 오랫동안 풀지 못하던 생물학적 의문을 해결했다. 바로 세포가 진행방향 및 행동방식을 알아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아직도 세포의 비밀을 쫓아 LINC RNA를 연구하고 있다.

그가 유전자를 사랑하는 이유는 스노보드를 사랑하는 이유와도 같다.

린은 지난 2007년 LINC RNA 중 하나가 인간 세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는 이 LINC RNA에 허풍이라는 뜻의 '핫 에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린의 연구결과가 허풍이라고 공격하던 것을 빗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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