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저편에서는 공항으로 향하던 남자가 도로가 막힌다는 소식을 접하자 자동차의 디지털 계기판에 나오는 인터넷으로 막히지 않는 우회로 안내를 이용하고 있다. 향후 몇 년 안에 이런 광경은 아주 보편적인 모습이 될 것 같다. 혁신적인 이동통신기기인 휴대폰 덕택이다. 물론 지금의 휴대폰은 아니다. 휴대폰 기술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차지하는 휴대폰 기술의 역할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방식에 이어 소위 ‘3G’라 불리는 제3세대 무선통신장치로 인해 급격히 변화할 것이다. 휴대폰 기능을 얕잡아보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기회에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3세대 휴대폰은 지금의 휴대폰과는 달리 수많은 종류의 형태와 크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3G 휴대폰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줄까? 국제통신연합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3G 기기들은 유선전화에 맞먹는 통화 품질에, 최소 144K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가진다.
이 속도는 일반 56Kbps 모뎀을 연결할 때 나오는 최대 속도보다 최소 3배 이상 빠른 속도다. 따라서 음악파일과 인터넷 라디오, 화상대화, 비디오 이메일과 같은 다양한 오디오 비디오 관련 서비스를 한층 빠른 속도로 즐길 수 있다.
또한 새로운 3G 네트위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에는 컬러화면은 기본이고 착탈식 저장장치와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것까지 포함될 것이다.
1세대 아날로그 기술에서 2세대 디지털 기술로의 전환 때와 마찬가지로 3G 제품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90년대 초 생산된 휴대폰은 무전기로 오인 받을 만큼 크기가 컸고 지금과 같이 다양한 서비스가 아닌 단순한 전화기능만을 제공했다. 이후 노트북에 연결해 인터넷으로 연결해주는 아날로그 셀룰러 모뎀 카드가 나왔지만 당시 휴대폰은 전화연결 잭만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최초의 휴대폰이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채 안된 지금 휴대폰은 크기가 작아진 것은 물론 수백 개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인터넷 검색 및 일정관리에서 MP3 음악까지 들려준다. 최근엔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추고도 크기가 껌 한 통에 불과한 것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출시될 3G 휴대폰은 이런 기능에 좀 더 새롭고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진보된 기능을 구현하려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몇 가지 있다. 네트워크 구축이 그것이다. 가령, AT&T 와이어리스사나 스프린트 PCS사 같은 통신 사업자들은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고, 사용자의 위치 파악 및 정보의 우선 순위에 따라 전송하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셀룰러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데이터의 빠른 공간 이동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린트 PCS사는 이미 올해 중 3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기존 사업자가 제공하는 속도의 10배에 달하는 144Kbps의 속도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스프린트 PCS사가 제공하는 속도는 하루 중 정보 이용량이 최고에 도달하는 시간대에도 70~80Kbps의 속도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cdma 2000의 표준을 채택한 자사의 네트워크가 2002년까지 307Kbps, 2003년 말까지는 3~5Mbps의 속도에 이를 것이라 주장한다.
이 속도면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 예고편을 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더욱이 항상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언제든지 바로 얻을 수도 있다.
물론 3G 서비스를 하는 회사는 스프린트 PCS사만이 아니다. AT&T 와이어리스사도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표준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무선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중이다. 2002년 시작될 예정인 이 서비스는 3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115Kbps에서 2Mbps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는 2Mbps의 속도를 가지는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s System)가 표준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3G 서비스를 받으려면 3세대 휴대폰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3세대 휴대폰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3G서비스 사업자들은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와 함께 오디오나 비디오 데이터의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는 것은 주어진 자료들의 중요도를 평가해 전송속도를 서로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엑셀 프로그램의 스프레드시트를 받기 위해 몇 초 동안 기다리는 것은 괜찮지만 비디오 클립파일의 전송이 지연되면 비디오 화면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된다.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데이터 순위의 방식은 한 통화에 채널 전부를 할당하는 대신 음성 통화를 여러 데이터 패킷으로 쪼개어 전송하는 것이다. 패킷으로 쪼개진 음성통화 방식을 사용하면 사업자들은 두 배 이상의 통화량을 처리할 수 있어 네트워크 용량 초과로 통화가 불가능해지는 횟수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3G의 또다른 주요 네트워크 기술은 50미터 내에서 통화자의 위치를 정확히 집어내는 것이다. 이 기술은 미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긴급상황 발생시 통화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위치를 파악한 후 길 안내나 주유소의 위치, 가까운 소매점의 할인 쿠폰 등을 포함한 편리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통신사업자는 고객이 자신의 위치정보를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알릴 것인지 선택하는 제도를 통해 프라이버스 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3G 휴대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확실한 것은 기존 휴대폰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전화기능 외에도 일정관리매니저, 게임, 웹 태블릿 기능은 물론 심지어 차안에도 3G기능이 장착되게 될 것이다.
3G 기기들은 MPEG-4 비디오나 MP3 오디오의 디코딩 뿐 아니라 음성인식이나 블루투스 네트워크까지 구현해 사실 휴대폰이라기 보다는 소형 컴퓨터가 될 소지가 크다. 그러나 복합기능을 갖춘 인터넷이나 비디오 기기처럼 대형 스크린의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현재의 휴대폰처럼 날렵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비자들은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동일한 네트워크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골라 이용해야 한다(서비스 초기에는 cdma2000이나 UMTS 네트워크 통신규약을 따를 공산이 크다).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이동전화가 멀티모드, 즉, 아날로그와 디지털, PCS 시스템에서 작동되는 것처럼 서로 다른 기종의 3G 네트워크에서 작동하는 3G 휴대폰이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가 3G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통용되는 휴대폰이 보편화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사업자와 휴대폰 제조업자들은 10년이 넘게 논의되어 온 3G 제품의 기본적인 서비스를 빠른 시일 안에 실현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시될 제품들의 모습
“휴대폰은 이런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차세대 3G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될
최첨단 기기들은 다양한 서비스와 디자인으로 우리 앞에 선보일 전망이다.
산 요
스크린을 접으면 기존의 휴대폰과 기능이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크린을 열면 비디오 화상회의가 가능한 터미널로 변신한다.
에릭슨
음성통화는 기본 기능이지만 이 손바닥만한 휴대폰의 컬러 LCD는 동영상가지 잘 보여준다.
지멘스
날렵한 디자인의 SX45 비디오 폰 표면 뒤에 다이얼 패드가 숨겨져 있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후지쯔
거칠게 다루어도 견딜 수 있을 것처럼 견고해 보이는 후지쯔의 PDA와 비디오폰이 합쳐진 이 제품은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가 특징.
퀄 컴
자전거 헬멧과 이동 전화를 합쳐 놓은 이 제품은 정확한 길 안내와 위치 정보를 탐지하기 위한 GPS 수신기를 갖추었다.
에릭슨
PDA 전용으로 디자인되었지만 RX 1에서 무선 수화기를 빼면 휴대폰 기능도 수행한다.
산 요
밀어서 여는 방식의 산요 비주얼 커뮤니케이터는 그 날의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내장 카메라로 화상을 보낼 수도 있다.
노키아
깜찍하게 생긴 이 3G PDA에는 이메일과 웹 브라우징, 달력, 연락처 등 각종 기능 내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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