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PB는 걸프전 때 첫 사용한 이래 여러 고질적 건강 문제-피로, 기억상실, 관절의 통증 등-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PB는 ‘동물효능원칙(animal efficacy rule)’ 하에 FDA가 최초로 승인한 약이다. ‘동물효능원칙’이란 윤리적으로나 실행가능성 측면에서 볼 때 인간에게 시험할 수 없는 약들을 승인하기 위하여 작년 7월에 마련된 규정이다.
FDA의 의약평가연구센터의 의약정책 부국장 로버트 템플(Robert Temple)은 “이 약에 대한 우리의 승인은 순전히 원숭이와 모르모트에서 얻은 자료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대안이 없어요. 소만중독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할 수 없거든요. 자칫하면 사람이 죽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투 상황에서 PB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사용된다. 소만 가스 살포의 기미가 보이면 병사는 8시간 마다 30㎎ 알약을 한 알씩 삼킨다. PB는 일단 인체에 들어가면 소만 가스가 마비시키려고 하는 효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이 효소가 없으면 독극물 수준의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심한 근육 발작을 일으켜 피로, 마비, 그리고 결국은 죽음을 가져온다.). FDA에 의하면 PB는 예비치료제로서의 효능을 보여 그것을 삼킨 병사는 화학해독제 아트로핀과 프랄리오닥심을 스스로에게 주사할 몇 분의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고 한다.
PB는 아세틸콜린 결핍증세를 보이는 희귀한 신경질환 근무력증 치료용으로 1955년에 승인되었다. 근무력증 환자들에게서 장기적 부작용이 확인된 것은 없었으며 전장의 병사들은 일반 환자의 경우보다 훨씬 적은 양의 약물을 훨씬 낮은 빈도로 복용한다. FDA는 이로써 이 약을 환자에게 투여했을 시 잠재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걸프전 관련 질병에 관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과학부문 책임자 베아트리스 골롬(Beatrice Golomb)은 일반 환자와 전장에 나간 군인의 PB 사용은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마치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많이 섭취하므로 당뇨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인슐린 사용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PB의 잠재적 독성에 관한 우려는 랜드 보고서에 기반한 것이다. 1999년에 발표된 이 보고서는 PB와 걸프전 참전 군인이 일으키는 고질적 질병 간의 연관 관계에 대해 무시할 수 없으며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듀크대, 퍼듀대, 텍사스대를 포함한 유수한 연구 센터들은 PB가 생쥐의 신경과 근육 조절 기능에 영구적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하여 왔다. 그러나, PB는 걸프전 질병과 관련된 수십 가지의 독극성 물질 (사린, VX, 살충제 그리고 미군이 사용한 탄약에서 나온 열화 우라늄 등)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와 같이 전쟁에서 나타난 독극물의 수는 한 두 가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입장. 비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질병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FDA의 승인으로 인해 전장에 나간 병사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의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골롬이 말을 잇는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FDA 같은 기관이 승인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PB에 관해 많이 알게 된 듯 착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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