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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는 정자

영국 셰필드 대학의 생물학자 해리 무어는 얼마 전 나무쥐(아포데무스 실바티쿠스) 수컷의 생식기관에 대해 연구했다. 이 설치류의 커다란 고환은 전체 몸무게의 4.8%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사람의 고환은 단지 42.5g에 불과하다. 설치류의 고환이 이렇게 큰 이유는 나무쥐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교미하므로 수컷은 정자 저장고를 크게 발달시켜 자신의 씨를 많이 퍼뜨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와 그의 팀은 훨씬 더 독특한 사실을 발견했다.

나무쥐의 고환에는 갈고리가 달린 정자들이 있다. 사정 후 이 갈고리들은 다른 정자에 달라붙어 수백 혹은 수천 마리의 정자들로 이루어진 ‘고속 정자열차’(맨 오른쪽 사진)를 형성한다. 이 정자열차는 혼자 움직이는 정자보다 두 배의 속도로 달린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정자가 수정을 위해 독단적으로 움직인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충격적인 발견이다.

여기서 정자 세포들은 서로 협력하는 듯이 보이며, 어떤 것들은 이타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무어는 “이러한 현상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정자가 모두 같은 수컷의 것이라면 과연 그것이 이타적인 행동일지 의문이다. 각 정자들은 형제 정자들과 50% 이상 비슷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난자가 주어졌을 때, 다른 수컷의 정자가 수정하게 하느니 자기들끼리 협력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정자열차를 만드는 포유동물은 나무쥐 뿐이다. 그러나 무어는 어떤 방식이든지 정자의 협력은 과학자들이 이제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훨씬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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