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10년 가까이 운영해 온 ‘부산미래경제포럼’이 단순한 담론의 장을 넘어, 도시의 미래 기회를 설계하는 핵심 정책 플랫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도시 경쟁 속에서 위기 진단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시정 전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15년부터 매달 부산미래경제포럼을 열고 국내외 석학과 글로벌 기업 임원, 혁신 기업가, 학계 전문가를 초청해 경제·사회 변화의 흐름을 점검해왔다. 누적 107회에 달한 이 포럼은 박형준 시장 취임 이후, 강연에서 정책 기획, 현장 실행으로 이어지는 부산형 정책 학습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미래 변화에 대한 학습을 행정 내부에 축적하고, 이를 실제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 점이 다른 지자체 포럼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성과가 정책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는 이 포럼의 강점이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강연자와의 협업이 지속되며 자문위원 위촉과 공동 프로젝트로 확장되는 식이다. 지난해 제90회 포럼 강연자였던 나건 홍익대 교수는 시 총괄디자이너 자문을 맡아 영화의전당 실내정원 ‘비프 포레스트(BIFF-FOREST)’ 조성을 이끌었다. 제99회 강연자 최정윤 셰프는 시 미식관광 정책고문으로 위촉돼 국제 미식행사 유치와 관광 콘텐츠 고도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산학(지자체·기업·대학) 협력 분야에서도 포럼의 역할은 뚜렷하다. 글로벌 대학 교수와의 강연을 계기로 시 자문 체계가 구축됐고, 이는 해양·수소·스마트선박 등 지역 주력 산업과 연계된 국제 협업으로 확장됐다. 특히 제98회 포럼 강연자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해양대·목포해양대와의 지산학 협력을 이끌었고, 이는 글로컬대학 공모 선정 등으로 이어졌다. 첨단 고령 친화 기술을 일컫는 에이지 테크 정책 역시 포럼에서 더욱 구체화 됐다. 제102회 강연자 김영선 경희대학교 교수는 ‘부산 에이지테크 민관협의체’ 위원으로 활동하며 전략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포럼은 부산 중장기 전략을 주되게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신산업 육성, 도시 공간과 상권의 재구성, 문화·관광과 산업의 융합이 핵심 축이다. 제100회 포럼에서는 구글코리아 출신인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가 AI 기반 산업 전환 전략을 제시하며 부산을 AI 실증과 활용 중심 도시로 키울 수 있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어 열린 제105회 특별 포럼에서는 도시브랜딩 전문가 유정수 글로우서울 대표가 상권 활성화 전략을 공유하며 사람 중심의 도시경제 모델을 제안했다.
시가 이 포럼을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배경에는 분명한 판단이 깔려 있다. 행정 경험만으로 글로벌 경쟁과 기술 변화를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정책 설계 초기 단계부터 외부 전문가의 통찰을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포럼 강연자를 단순 초청 인사로 끝내지 않고, 정책 파트너로 연결하는 방식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구조다.
정책 방향성 역시 정교해지고 있다. 시는 포럼을 통해 AI 허브도시, 혁신 상권, 문화·관광 융합, 지산학 기반 산업 생태계라는 큰 전략 축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개별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성장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포럼이 사전 검증과 전략 조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사회는 부산미래경제포럼을 ‘도시가 스스로 학습하는 구조를 제도화한 사례’로 평가한다. 변화가 가시화된 이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 기회가 열릴지를 먼저 읽고 정책으로 옮기는 장치를 갖췄다는 의미다.
박형준 시장은 “정책 설계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해오고 있는 포럼의 역할을 앞으로 더욱 강화해 혁신과 활력이 공존하는 도시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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