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침 샤워 때 평소보다 뜨거운 물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고온 샤워가 심혈관계와 피부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지근한 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독일 외과 의사 맥스 마다할리는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뜨거운 물이 전신에 닿으면 말초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압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어지러움이나 실신이 발생하면 욕실 환경 특성상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피부·모발 건강에도 고온 샤워가 좋지 않다는 지적으로 뜨거운 물이 피부의 천연 유분을 빠르게 씻어내 건조를 유발하고, 홍조나 자극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다할리는 “피부와 두피 보호막이 손상돼 민감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홍조가 심한 경우 고온 샤워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자료에서도 유사한 경고가 제시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은 수축기 혈압 180mmHg 이상 고혈압 환자, 심장질환자, 발열 상태, 질병 급성기, 음주 후 2시간 이내 등은 뜨거운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뜨거운 물에 들어갔을 때 혈압이 일시적으로 떨어지지만, 목욕 후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급수축하며 혈압이 다시 치솟을 수 있어 위험성이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의학자료에 따르면 고온욕은 42∼45도, 중온욕은 40∼41도, 미온욕은 36∼39도로 분류된다. 고온욕의 경우 에너지 소모가 크게 증가해 장시간 노출 시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다. 41도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약 25% 증가하고, 43∼45도에서는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45도 고온욕 직후 혈압은 10∼20mmHg 상승하며, 시간이 지나면 최대 30∼40mmHg까지 오를 수 있다. 맥박도 분당 120∼170회까지 증가해 전문가들은 43도에서는 8분 이내, 45도에서는 5분 이내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감기 초기에 뜨거운 목욕을 하면 증상이 완화된다는 속설도 근거가 부족하다. 의료진은 고온욕이 체력 소모를 증가시키고, 목욕 후 한기가 들면 오히려 감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음주 후 고온욕 역시 혈압·맥박 조절 능력을 떨어뜨려 심혈관계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다만 음주 후 2시간 이상 경과한 뒤 단시간의 뜨거운 샤워는 숙취 완화에 일부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미온욕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온욕은 혈압과 맥박 변화가 적어 신체 부담이 덜하고, 장기간 반복하면 혈압을 낮추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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