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정학적 불안이 거세지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대규모 내수 시장과 우수한 인재, 풍부한 자원을 지닌 인도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우석경제관에서 열린 ‘한·인도 전략적 대화 심포지엄’에서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급망연구팀장은 “인도는 방대한 내수시장과 경쟁력 있는 제조업, 우수한 IT 인재층을 지닌 민주주의 국가”라면서 “첨단 ICT 기술을 선도하는 한국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탁월한 인도가 결합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을 재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주한인도대사관과 공동으로 개최한 것으로, 인도 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변화와 기술혁신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과 인도의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한국과 인도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도의 대표적 싱크탱크 ‘옵저버 리서치 파운데이션(Observer Research Foundation·ORF)’과 인도공과대학교(IIT) 소속 연구진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는 점이다. 서울대와 ORF가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팀장은 인도가 미중 패권에 속하지 않은 ‘제3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팀장은 “중국은 희토류를, 미국은 관세 정책을 경제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인도는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이외에도 투자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 국가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의 좋은 예시다. 제조 측면에서도 인도는 비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무기화’를 피하기 위해서도 공급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ORF 중동에서 연구를 진행 중인 파룰 박시 박사는 “리튬·코발트·구리 등 핵심 광물은 (미래 과제인) 탄소 전환과도 연관돼 있다”면서 “탄소 전환은 가스 발전소와 대비해 광물 9배를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의 밸류 체인(가치사슬)이 불완전할 때 가격 변동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저탄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파룰 박사에 따르면 전 세계 광물 수출은 2009년과 비교해 현재 5배 이상 제한된 상태다.
한국과 인도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 제조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한국은 채굴 단계 광물 의존도가 높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반면 인도는 조강·납·아연 등 핵심 광물 보유량이 전 세계 10위권, 잠재 희토류 매장량도 5위권 안에 들 정도로 풍부한 자원을 보유했지만 정련·제조 기술이 부족해 실제 생산량은 많지 않다. 한국의 기술과 인도의 자원이 만나면 희토류 정제·가공의 90%를 차지하는 중국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인도는 호주와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등 많은 해외 국가들에서도 합작 투자(JV) 형태로 채굴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룰 박사는 “투자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한국과 인도의 민간이 혼합금융(공공과 민간의 자금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투자를 지원하는 국제금융) 등의 방식으로 협력한다면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연구 개발(R&D) 차원에서도 “서울대 같은 우수한 대학의 인적 자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면 광물 공급망 다변화에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인도가 최근 25개 광물에 대해서도 관세를 면제했고 국제적인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사한 비전을 가진 한국이 협력하기 시작한다면 산업 분야에서도 속속 성공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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