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970년대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된 피해자들에 대해, 정부의 공식 지침(부랑인 단속 훈령)이 만들어지기 이전 시기에 수용됐더라도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부 법원은 “지침이 없던 시기의 강제수용은 국가 개입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를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배상·진상규명 절차에도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3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975년 훈령 이전 수용 기간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쟁점은 정부가 1975년 공식 훈령을 내리기 전부터,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과정에 관여했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그 전 시기는 직접적 개입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수용 기간 중 상당 부분을 배상 계산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950년대부터 이미 전국적으로 부랑인 단속이 반복적으로 실시됐고, 단속된 사람 대부분이 형제복지원 같은 보호시설로 보내졌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부산 등 지자체는 1970년대 초까지 매년 ‘일제 단속’ 계획을 세웠고, 1970년 한 해만 5,200명이 단속돼 절반 이상이 시설에 수용됐다. 대법원은 “이 같은 단속·수용 관행은 비공식적 형태로 이미 국가 정책처럼 운영돼 왔고, 그 연장선에서 1975년 훈령이 제정된 것”이라며 “훈령 이전 강제수용이라고 해서 국가의 관여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피해자들이 형제복지원에 머문 ‘전체 기간’을 손해배상 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국가 책임 시계를 1975년 이후로 제한했던 원심의 감액 논리를 대법원이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은 향후 배상 액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동시에 국가가 형제복지원 문제에 대해 “훈령 이후에만 책임이 있다”는 기존의 방어 논리를 더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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