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행정부의 상호관세의 적법 여부를 가리는 소송의 첫 구두변론을 진행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진다면 파괴적인(devastating)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의 비만치료제 가격 인하 합의를 발표한 뒤 취재진에게 ‘정부가 패소할 경우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번 재판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 너무 많은 것들이 관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관세 덕분에 유럽연합(EU)에서 9500억 달러, 일본에서 6500억 달러, 한국에서 3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합의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앞서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구두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에 따르면 이와 관려난 팩트시트(자료집)는 이번 주 안에 공개된다.
일본의 6500억 달러 투자 발언의 경우 실제 대미 투자 약속 액수는 5500억 달러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 발언한 게 아닌가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에도 일본의 대미 투자액을 6500억 달러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대법원이 이것(관세 권한)을 빼앗아 간다면 미국은 다른 나라의 관세 공격 앞에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수조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관세를 잃게 된다면 이를 되돌려줘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날 첫 대법원 심리 변론에 대해서는 “우리는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대안(game two plan)은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를 국가 안보·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됐다. 와인 수입 업체 등 관세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 5곳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4월 14일 국제무역법원(USCIT)에 소송을 제기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오리건주를 비롯한 12개 주까지 법적 분쟁에 가세했다. 1977년 제정된 후 주로 적성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이용되던 IEEPA에 무역수지나 제조업 경쟁력, 마약 밀반입 등의 이유를 갖다 붙여 관세를 매긴 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1심 격인 국제무역법원은 5월 28일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상호관세를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항소법원도 8월 29일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만 부여할 뿐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며 원고 승소를 결정했다.
이달 5일 대법원 첫 변론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 법무부 차관은 대법관들에게 “만약 각국과의 무역 합의들을 되돌릴 경우 미국은 가차 없는 무역 보복에 노출될 것”이라며 “미국은 경제·국가안보 측면에서 파괴적 결과를 맞고 강한 나라에서 실패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들을 대리하는 닐 카티알 변호사는 “관세는 곧 세금”이라며 “우리 건국자들은 과세 권한을 오로지 의회에만 부여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원고 측 변호인에게 관세 환급에 대해 질의하면서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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