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로 발표가 미뤄졌던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오는 20일 드디어 공개되게 됐다. 이는 이번주 미국 뉴욕 증시에도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공개 일정이 잡히지 않은 10월 고용보고서는 조사의 한계에 부딪쳐 실업률이 빠진 ‘반쪽 지표’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영원히 안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월간 고용보고서와 CPI는 기업과 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투자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참고하는 경제 지표다. 자칫 잘못하면 당분간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들이 정확한 수치가 아니라 ‘감(感)’으로 주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 지표가 안갯속에 빠지자 당장 연준의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도 기존에 예상했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아니라 현 3.75∼4.00%에서 동결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준이 다음달 1일부터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종료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美 9월 고용보고서 20일 발표…10월 소비자물가는 영원히 안 나와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를 오는 20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애초 이 보고서를 지난달 3일 공개하려다가 같은 달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 상태에 돌입하자 발표 시기가 50일 가까이 늦췄다.
이달 7일 발표하려고 했던 10월 고용보고서 공개 일정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고용보고서는 기업을 상대로 파악하는 일자리 숫자와 가계를 조사해 알아보는 실업률로 구성된다. 가계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43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셧다운 사태 내내 무급으로 휴직했던 까닭에 10월 실업률은 조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이 보유한 기록을 정부에 보고하는 형태인 일자리 통계만 나중에 자료를 확보해 10월 보고서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가계 조사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전화해 10월 특정 주간의 고용 상태를 물어봐야 하므로 이제 와서 조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통계국도 14일 홈페이지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수정된 발표 일정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대면 설문조사가 필요한 CPI 10월 보고서는 아예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9월 CPI의 경우는 미국 사회보장국이 이달 1일 전까지 생활비 기준 연례 조정 작업을 마치고 내년도 연금 수령 재원을 추산하려면 3분기 자료가 꼭 필요하다고 요구해 겨우 발간됐다. 이조차도 원래 지난달 15일 발표 예정이었다가 같은 달 24일로 9일 연기됐다.
당시 공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해 8월(2.9%)보다는 살짝 높았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보다는 낮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올라 8월(3.1%)보다도 상승률이 둔화했다. 이 소식은 같은 날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원동력이 됐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월에는 가계 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반쪽짜리 고용보고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부분은 받겠지만 실업률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고 10월 한 달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8월 1일 악화된 고용지표를 발표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즉시 해임된 에리카 맥엔타퍼 전 미국 노동통계국(BLS) 국장도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현장 조사원들이 11월 중순에 코스트코에 가서 10월의 가격을 조사할 수는 없다”며 “10월 CPI 발표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무부는 8월 무역수지 통계를 오는 19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8월부터 부과된 점을 감안하면 이는 현 행정부의 통상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첫 지표가 될 전망이다.
무역·GDP 등 셧다운에 보고서 무더기 누락…연말연시 증시·채용·재고 연쇄 악영향
셧다운 기간 자료가 수집되지 않은 경제 지표는 CPI와 실업률뿐이 아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을 비롯해 경제분석국(BEA), 인구조사국 등이 10월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일을 하지 못하면서 건설·무역, 국내총생산(GDP), 재고 등 30건이 넘는 공식 보고서가 누락됐다. 이는 연말연시 채용, 물가상승률에 연동되는 사회보장 지급, 기업 재고 등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10월 CPI와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영원히 공개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민주당의 셧다운은 경제학자와 투자자들, 연준의 정책 결정자들이 중요한 정부 데이터를 받는 것을 극도로 어렵게 만들었다”며 “민주당이 연방 통계 시스템을 영구적으로 훼손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뉴욕 증시도 제대로 어깨를 펴지 못했다. 실제 셧다운 해제 바로 다음날인 13일 실제 1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6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66%, 나스닥종합지수는 2.29% 급락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셧다운 종료에 안도하기보다 연준 인사들의 잇딴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엔비디아(-3.57%), 아마존(-2.81%), 구글 모회사 알파벳(-2.85%), 브로드컴(-4.30%), 테슬라(-6.61%) 등 기술주를 위주로 투매에 나섰다.
셧다운 해제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은 투자 심리는 14일에도 이어졌다. 뉴욕 3대 지수는 14일에도 모조리 하락으로 출발했다. 그나마 나스닥지수는 장 막판 0.13% 상승으로 반전했으나, 다우존스(-0.65%)와 S&P500(-0.05%)지수는 약세를 벗지 못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이에 대해 “미국 경제의 건전성에 전례 없는 사각지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10월 공식 고용 통계가 반쪽짜리만 나오게 생긴 가운데 민간에서는 미국 노동시장이 그 기간 상당 부분 악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11일 민간 고용 정보업체 ADP는 지난달 25일을 기준으로 이전 4주 동안 미국의 민간 고용 예비치가 일주일당 평균 1만 1250명씩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자체 일자리 증가 추적기와 정부 프로그램을 통합해 산출한 결과 비농업 신규 고용이 9월 8만 5000개에서 10월 5만 개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정부의 사직 유예 프로그램이 약 10만 개의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사직 유예 프로그램은 공무원이 회계연도 종료 시점인 9월 30일까지 급여를 유지하면서 정부를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초 도입했다. 골드만삭스는 “구인·고용시장에서 공급 부족 추적 지표가 계속 하락했다”며 “새로 구축한 추적 지표에서도 최근 몇 달간 해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깜깜이’ 지표에 금리동결 확률 치솟고 연준 ‘내분’ 가열…19일 엔비디아 실적 발표도 주목
경제 지표 부족 문제는 다음달 9~10일 연준 FOMC 회의의 금리 결정 과정에도 혼란을 줄 전망이다. 연준은 앞서 9월 FOMC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 지난달 회의에서도 0.25%포인트를 더 인하했다. 모두 물가 상승보다 고용 악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게 이유가 됐다.
셧다운 사태 장기화 이후에는 연준 내 분위기도 다소 달라졌다. 매파,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중도파로 극명히 갈라져 연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금리 투표권을 갖는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은 총재 등은 최근 잇따라 12월 금리 동결에 힘을 싣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연준의 미셸 보먼 부의장, 리사 쿡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스티븐 마이런 이사 등은 금리 인하가 더 필요하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38조 달러(약 5경 5300조 원)를 넘어선 재정적자 이자 부담을 줄이고 관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금리를 내리길 원하는 입장이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금리 결정과 관련해 연준에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제롬 파월 의장이 재임한 8년간 전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또 셧다운 사태로 경제 지표까지 알 수 없게 되자 내부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 29일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아니다”라며 “회의에서 위원 간 극명한 견해차가 있었고 다양한 민간 지표를 활용하지만 이들이 정부 데이터를 대체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연준 내 이견을 확인할 수 있는 10월 28~29일 FOMC 의사록은 오는 19일 공개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12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지난 7일 66.9%에서 15일 44.4%로 낮춰 잡았다. 반면 금리 동결 확률은 33.1%에서 55.6%로 대폭 높여 잡았다.
한편 19일에는 전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가 장 마감 후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시장을 뒤흔들 예정이다. 최근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둘러싸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감가상각 방식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에 대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이 시장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AI 칩의 실제 가용 연한이 월가에서 추정하는 5~6년보다 짧을 경우 관련 기업들의 비용, 실적, 주가 등이 연쇄적으로 재산정될 수 있다. 경제 지표가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쏘는 AI 산업 전망 신호가 시장 변동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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