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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스톡커] 韓요구 다 담은 팩트시트, '셀프 北방어' 맡기나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李대통령, 韓시간에 한미 팩트시트 직접 발표

車관세 15%, 반도체도 대만에 불리하지 않아

'30년 숙원' 핵잠도 승인…'北 비핵화' 재확인

원자력협정 개정, 中견제, 미군 재배치는 부담

북한 방어 손 떼려는 트럼프…양보 맞는지 주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팩트시트 최종 합의 내용을 직접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오랜 진통 끝에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이번 협상 결과는 한국이 그간 미국에 요구한 사항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개발 승인은 국민들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 그 주목도가 남다른 분위기다. 내용에 차이를 보였던 미일 협상 팩트시트와 달리 한미의 경우 양국 간 이견도 거의 없었다. 관료들의 끈질긴 노력이 기대 밖 성과를 끌어냈다는 호평도 있다. 팩트시트에는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명문화되지 않아 이 부분은 앞으로 양국 간 추가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한화(000880)그룹의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라는 주문을 내놓았기에 장소를 확실하게 한국으로 변경하는 설득 작업이 뒤따를 전망이다.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형 원자로와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기존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 양국 팩트시트에 대만 문제, 미군 재배치 등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점도 한국이 외교적으로 신경 써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팩트시트를 두고는 안보의 초점을 자국 본토 방어, 중국 견제에만 맞추고 북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할 문제로 떠넘기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언뜻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통 큰 양보를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북한 대신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동맹의 현대화’로 표현하면서 대북 문제 만큼은 한국이 돈을 더 쓰는 쪽으로 핵잠수함 승인,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등의 길을 텄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李대통령, 팩트시트 합의 직접 발표…자동차 관세 15%, 반도체도 불리하지 않아




미국 백악관이 지난 13일(현지 시간) 홈페이지에 게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 자료 제공=백악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전 10시 5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를 직접 발표했다. 백악관도 13일(현지 시간) 비슷한 시간대에 팩트시트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경북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지 16일 만이다. 공동 팩트시트 공개 시간대가 미국이 아닌 한국 시간대에만 맞춰진 점도 특이했다.

이날 이 대통령이 소개한 팩트시트 내용은 미국이 또 다시 합의 내용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하루 이틀 만에 팩트시트를 낸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에 대해서만 공개 시점을 유독 미룬 바 있다. 양국은 7월 30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큰 틀의 무역 합의를 맺고 8월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10월 29일 경주에서 각각 정상회담을 갖고도 최종 협정 문서를 만들지 못했다. 이는 미국 전문가들도 양국 동맹 관계에 비춰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였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부품, 원목, 목재, 목재 제품에 대한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25%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관세 인하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양국의 양해각서(MOU) 이행 기금 조성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제출하는 달의 1일로 소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의 말이 맞는다면 이달 안으로만 법안이 제출되면 11월 1일 부로 15%의 자동차 관세를 소급 적용할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이 적시됐다. 실질적으로 미국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국가가 한국과 대만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추후 대만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면서 한국보다 더 나은 최혜국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주요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환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약품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기로 했다. 복제 의약품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없애는 방침 역시 팩트시트에 담았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조선업 분야에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국 MOU를 통해 2000억 달러를 전략 투자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문서화했다.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1년에 2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다는 점,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내용에 넣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간담회에서 “MOU 1항에 ‘상업적 합리성’ 표현을 넣은 것이 투자 선정 기준에 있어 일본과는 굉장히 큰 차이점”이라며 “미일 투자 MOU에 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관련 내용이 한미 MOU에는 없고 ‘에너지’ 투자 정도로만 표현됐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숙원’ 핵잠수함 결국 승인…‘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도 재확인




안보 분야에서는 그간 논란이 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 내용이 완전히 들어갔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 “미국은 한국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며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 등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또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있어 한국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개정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추진한 숙원 사업이다.

한국은 이와 함께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했다. 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 요구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뤘다. 양국 정상은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의 과정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 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법적 요건에 맞춰 주한미군에 330억 달러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 동맹 차원의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 연장선으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가리켜 잇따라 “핵보유국(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하면서 대북 정책 방향을 비핵화에서 핵동결 수준으로 격하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산 점을 고려하면 다행인 결과다. 팩트시트는 “두 정상은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국가적·사회적 혼란으로 다른 나라보다 뒤늦게 관세 협상의 출발점에 섰지만,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해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한미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에 감사와 존경의 말을 전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팩트시트 발표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기업들도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간 미국 시장에서 15%의 관세만 부과받는 일본, 유럽 자동차에 맞서 25% 관세를 떠안고 경쟁했던 현대차(005380)그룹은 곧장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한 정부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주축 한화그룹도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와 결정을 적극 지지하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방향에 맞춰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핵잠 한국 건조 확정, 원자력협정 개정은 과제…중국 공동 견제, 미군 재배치도 부담




다만 이번 팩트시트는 후속 과제도 만만찮게 남겼다. 당장 팩트시트에는 빠진 핵잠수함 건조 시기와 장소가 양국 간 추가 논의 사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한국은 핵잠수함을 훌륭한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은 곧 대대적인 부활(Big Comeback)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필리조선소는 대형 선박을 만들 능력이 없는 까닭에 이 발언은 곧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날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에 대해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양국 논의가 진행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위 실장은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진행됐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건조 위치에 대한 문제는 정리가 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우리가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언급을 한 번 했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군 당국은 배수량 5000톤급 이상 핵잠수함을 2030년대 중반 이후에 4척 이상 건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갓 첫발을 뗀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도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팩트시트에는 개정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협정에 부합한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현행 협정은 한국이 2035년까지 미국의 동의 아래 20% 미만의 우라늄만 농축할 수 있게 한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아예 금지했다. 실제 한미 팩트시트 공개 시점이 미뤄질 때에도 핵잠수함 승인과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 때문에 안보 관련 부처인 미국 에너지부가 반대 의견을 낸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 장소를 필리조선소로 찍은 이유를 두고도 핵연료 조달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목표로 삼는 일본의 경우는 1988년에 체결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미국이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포괄적 사전동의’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미국의 합의만 있으면 지금도 2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 한국에는 미국 의회 승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등의 관문도 남았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협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알렸다.

팩트시트에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중국 견제에 대한 내용이 상당 부분 담긴 점도 한국에는 부담이다.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유연하게 배치할 가능성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중국’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모든 역내의 위협’이라는 포괄적인 문구로 이를 대체했다. 팩트시트에는 또 “양 정상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독려했다”는 문장도 포함됐다. 두 나라는 같은 날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주한미군의 현재 전력 수준 유지’라는 표현을 빼기도 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대만 문제를 가지고 불을 내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경고했다. 또 핵잠수함 논의에 대해 “한국이 각국의 우려를 고려해 이를 신중하게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前주한미국대사 “美는 中, 韓은 北으로 동맹 이원화…무역 문서화는 한국 손해”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 연합뉴스


이번 팩트시트와 관련해서는 미국은 중국 견제에, 한국은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이 눈에 띈다는 진단도 미국 내에서 나왔다.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 외에는 전 세계 분쟁에 방위비를 쓰길 싫어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이 팩트시트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핵잠수함 승인 등을 결정할 때에 동맹의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대북 방어 부담은 줄이고 대중 압박도만 높일 의도를 더 강하게 투영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1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애틀랜틱카운슬·코리아소사이어티 공동 주최로 열린 ‘밴플리트 정책 포럼’에 참석해 한미 공동 팩트시트 내용을 거론하며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모두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양국이 더 분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지금까지는 한미동맹이 대북 억제를 최우선으로 삼았지만 미국은 이제 더 큰 위협인 중국에 집중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원하고 있다”며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해 대북 억제를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쪽으로 동맹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7월부터 올 1월까지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외교관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골드버그 전 대사 말대로 지난 3월 ‘임시 국방 전략 지침’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대비, 미국 본토 방어를 안보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반도의 북한, 중동의 이란, 유럽의 러시아 등 다른 위협 요인에 대한 대응은 동맹국들에 대부분 맡기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관계 재설정 작업 핵심 인사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도 지난 7월 31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같은 날 가진 한미 국방부 장관 통화를 평가하며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기꺼이 맡는 것과 국방비를 지출하는 면에서 역할 모델이 된다”고 썼다. 콜비 차관은 “미국과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고 동맹을 현대화하는 데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한미의 공동의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고 이를 견제하는 것이 동맹의 현대화라는 의미였다. 또 북한은 한국이 국방비를 더 써서 주도적으로 방어하길 바란다는 주장이었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을 최우선에 두는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새 NDS는 다음달 공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의 경찰 노릇을 포기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안보 구상을 두고는 미국 의회에서도 반발 목소리가 만만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미 무역 합의를 두고는 “여러 면에서 일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도 얻은 게 있다”며 “핵잠수함과 핵연료는 윤석열 전 대통령 때부터 이 대통령 때까지 한국이 몇 년간 매우 강하게 요구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유럽연합(EU)과 달리 미국과의 합의를 세부 내용까지 확정해 문서로 담는 바람에 무역 관계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졌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는 ‘서명은 하겠지만 이 합의는 사라지거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며 “한국은 모든 걸 문서화하려고 하고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손해를 좀 봤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같은 행사에서 팩트시트를 거론하며 “꼼꼼히 읽어보길 바란다”며 “향후 양국 관계의 공동 우선순위가 제시돼 있다”고 안내했다. 랜도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신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역사적 합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팩트시트를 계기로 양국 간 통상·안보 불확실성은 일단 상당 부분 걷힌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요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수용하면서 그나마 치명적인 경제 타격은 피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대미 투자 전액 ‘선불(up front)’, 6000억 달러 이상 투자 등은 팩트시트에서 빠지게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꺼낸 반도세 관세 합의 미포함, 농산물 등 시장 100% 개방 등의 압박 카드도 다행히 팩트시트에 담지 않았다. 문제는 누구보다 욕심이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한 발 물러선 듯한 자세를 취했는가다. 동맹에 대한 인식이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나쁜 지도자인 만큼 당분간 이번 합의 결과가 우리 국익에 어떤 식으로 돌아올지 차분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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