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본주의의 수도인 미국 뉴욕시장에 ‘민주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조란 맘다니 뉴욕주 하원의원이 당선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무슬림 출신의 정치 신인이 진보 색채가 강한 공약을 내세워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점에서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트럼프’ 표심이 결집하는 신호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부유층과 기업들 사이에서 ‘뉴욕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일(현지 시간)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뉴욕시장 선거(개표율 91% 기준)에서 민주당 소속 맘다니가 50.4%를 확보하며 41.6%를 얻은 앤드루 쿠오모 무소속 후보와 7.1%에 그친 커티스 슬리와 공화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번 뉴욕시장 선거의 총투표수는 약 227만 표로 2021년 선거의 총투표수를 넘어서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뉴욕시장 선거에서 2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투표한 것은 1969년 이후 56년 만이다.
맘다니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나는 무슬림이고 민주사회주의자이다. 나는 이를 이유로 사과하기를 거부한다”며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배신당한 국가에 그를 물리치는 방법을 보여주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가 태어난 이 도시를 보여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보고 있는 것 안다. 네 단어만 말하겠다. 볼륨을 크게 올려라(turn the volume up)”며 도발하기도 했다.
인도계 무슬림 출신의 정치 신인인 맘다니는 올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인 쿠오모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본선 전부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맘다니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등으로 뉴욕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시(市) 소유 식료품점 설립,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5세 미만 아동 무료 보육, 최저임금 30달러로 인상, 임대료 안정화 아파트 100만 채 임대료 동결 등 다소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워 서민층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돼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도 민심 이반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맘다니표 공약’을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맘다니는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은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연 소득 100만 달러 초과 시민에게 2%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는 사실상 ‘부유세’ 신설 및 최고 법인세율 현 7.25%에서 11.5%로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부자 증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뉴욕포스트는 이날 뉴욕의 법인세 인상과 치안 문제를 피해 텍사스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맘다니의 당선이 트럼프 행정부 2기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맘다니의 이력만으로 강경 이민 단속, 관세, 이념 전쟁, 가자 전쟁 개입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맘다니의 짧은 정치 경력과 지나치게 진보적인 성향 때문에 뉴욕 시정 운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선거 과정에서 공화당은 물론 재계에서는 맘다니의 공약을 두고 여러 차례 ‘좌파 포퓰리즘’이라 규정하며 비판했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그의 정책이 급진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가리켜 “미치광이 공산주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의 승리 연설 도발에 “이제 시작”이라는 짧은 트루스소셜 글로 응수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kh22@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