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전국에 내린 비가 관측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내내 비가 이어지며 사실상 ‘우기’에 가까운 기후 양상이 관찰됐다는 평가다.
기상청은 지난달 전국 강수량이 173.3㎜로 평년(63.0㎜)의 약 2.8배에 달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기간 강수일수도 평년(5.9일)의 두 배를 넘는 14.2일로 집계됐다. 두 지표 모두 1973년 전국 관측망 확대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이런 현상은 특히 강원 영동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이 지역 10월 강수량은 408.2㎜로 관측돼 종전 1위였던 1978년의 316.2㎜를 큰 차이로 갈아치웠다. 강수일수도 21.3일로 역대 1위를 새로 썼다. 강릉에선 3일부터 24일까지 연속으로 비가 계속됐다. 이 또한 1911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이례적으로 잦았던 가을비의 배경으로는 일단 따뜻했던 해수온이 꼽힌다. 10월 한국 주변 바다의 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1.7℃ 높은 23.3℃였다. 남해의 경우 25.9℃로 10년 간 최고치였다. 학계에서는 통상 바다가 따뜻해지면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 비가 내릴 ‘재료’도 많아진다고 본다.
여기에 잦은 저기압도 비가 끊기지 않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기상청은 지난달 저기압이 총 여섯 차례 한국을 지나갔다고 집계했다. 저기압이 지나간 자리는 북동쪽 고기압이 밀고 들어오면서 동풍이 강해졌다. 이렇게 불어닥친 바람이 특히 강원 영동 지역의 산지를 타고 올라가며 비구름이 더 발달했다는 분석이다.
잦은 비 외에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관찰됐다. 가을 치고 유달리 높았던 기온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중순까지 전남 완도·고흥과 충남 보령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0℃ 안팎까지 관측됐다. 서귀포는 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가 10월 13일 나타났을 정도다. 전국의 10월 평균기온은 16.6℃로 평년보다 2.3℃ 높았다. 관측 이래 53년간 최고 수준이다.
이런 흐름은 지난달 하순 돌변하기까지 했다. 서울·대구 등 중부 내륙과 경북 북부에서는 28~29일 중 첫서리와 첫얼음이 관측됐다. 작년보다 9~10일 빠른 시점이다. 당시 시베리아에서 발달한 찬 공기 덩어리가 남하하면서 한국에까지 이른 한파 기운이 직접 밀려온 영향을 받았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올해 10월은 하순에 일시적인 추위가 나타났고 비도 자주 내리는 등 큰 기후 변동성이 관측됐다”며 “11월부터는 대설 등 겨울철 위험기상에 대비해 정보를 신속 제공하고 방재 기관과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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