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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때의' 중국은 없다

정다은 국제부 기자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직후였던 지난 2014년 11월 19일 짙은 미세먼지가 자금성을 뒤덮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중 정상회담으로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내년에는 중국이 2001년,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의장국을 맡게 된다.

이 소식을 들으니 11년 전 베이징 APEC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베이징에 거주하던 기자에게 APEC은 사막 속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하늘을 뿌옇다 못해 보라색으로 물들였던 스모그가 APEC을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장 가동 중단은 물론 인공비까지 동원했다는 말이 돌았는데 행사가 끝나자마자 파란 하늘이 자취를 감췄던 것을 보면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었던 듯하다.

12년 만에 다시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지금 베이징의 하늘은 어떤가.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 속 보급률이 50%를 넘기면서 대기오염 ‘심각 일수’는 2013년 58일에서 지난해 2일로 급감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중국의 기술력은 이제 대륙의 ‘실수’가 아닌 ‘일상’이 됐다.

내부의 눈부신 변화만큼이나 대외적 위상도 달라졌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신형대국 관계’를 제안하며 미국과 최대한 협력할 테니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중국을 G2로 치켜세우며 희토류 공세 완화를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



한중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2014년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며 한중 밀월을 도모했다. 하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고 깊어진 갈등의 골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한령 해제 여부를 두고 기대 섞인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혐중 정서가 한중관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등장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까지 지난 10여 년간 국제정세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스모그가 자욱하던, 우리가 무시하던 그때의 중국은 이제 없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미국이 때릴수록 강해졌고 이제 대부분의 기술에서 우리나라마저 추월했다. 지금 우리에게 친중도 반중도 아닌 냉철한 ‘지중(知中)’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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