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펑이 세계 최초 플라잉카 양산 공장 가동에 들어가면서 도심항공교통(UAM)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샤오펑 회장은 5일 내년부터 분리형 플라잉카 ‘육지항모’ 양산을 시작하며 초기 생산 규모는 5000대라고 밝혔다. 연간 생산 가능 대수는 1만 대다. 샤오펑이 플라잉카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2020년 드론 스타트업 후이톈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다. 샤오펑은 이듬해 후이톈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사명도 ‘샤오펑후이톈’으로 변경하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중국 전역 곳곳에 테스트베드를 확보하며 빠르게 실증 작업을 마무리한 뒤 불과 4년 만에 양산 공장 가동에 성공했다. 샤오펑이 도로주행·비행 겸용 플라잉카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라면, 순수 비행용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 분야에서는 이항이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eVTOL은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자율비행 기반 전기식 항공기로 일명 ‘드론 택시’로 불린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며 완전 무인자율비행으로 운행돼 관리 비용이 적다는 점에서 UAM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다. 이항은 올해 3월 세계 최초로 상업용 에어택시 운항 허가를 받았다. 현재 광저우·허페이 등에서 시험 운행 중이며 2030년까지 중국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광저우자동차(GAC)가 플라잉카 브랜드 ‘고비(GOVY)’를 선보이는 등 2020년대 들어 UAM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국 기업이 부쩍 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저공경제’ 육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해발 1000m 이하 저고도 영역에서 eVTOL 등 항공체를 활용해 교통·물류·보안·관광 등 다양한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저공경제를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지난해 말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산하 ‘저공경제발전사’를 신설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강화했다. 최근에는 대학 신설 전공의 절반가량이 저공경제 관련 분야일 정도로 인재 양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처럼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현재까지 업계 선두 주자로는 미국의 조비에이비에이션이 꼽혔다. 기술력 부문에서는 여전히 선두에 서 있다고 평가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증을 마무리하지 않아 빨라도 내년에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누가 승자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내 플라잉카 공개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미국 빅테크들도 속속 참전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UAM 시장은 2030년 12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 달러, 2050년 9조 달러 등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속도에만 집중한 결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샤오펑의 플라잉카 두 대가 9월 창춘 에어쇼 리허설 중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컨설팅 업체 롤랜드버거는 “아직 UAM 시장에서 뚜렷한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았다”며 “향후 몇 년 내 시장 재편과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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