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4개월 만에 만나 무역전쟁 확전 자제에 합의했지만 불안한 시선은 여전하다. 희토류 공급 재개, 추가 관세 인하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이번 회담 최대 의제로 꼽혔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틱톡 인수 문제 등은 제대로 매듭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신은 양측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전략적인 휴전을 택했을 뿐 언제든지 다시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는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는 대가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일부 주요 문제(top issues)에서는 두 정상이 여전히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의제가 엔비디아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최첨단 AI 칩 ‘블랙웰’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가 중국과 논의하고 무엇이 가능한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AI 반도체 수출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기업인 손에 달려 있다며 책임을 민간에 넘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4월 엔비디아 저성능 반도체 ‘H20’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다가 3개월 만에 풀었지만 중국이 보안 문제를 제기하면서 H20 수입을 차단한 상태다.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매각을 압박해온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 매각 발표도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인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주말 고위급 협상을 마친 뒤 세부 방안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달리 이날 브리핑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만남이 종전을 위한 회담이었다기보다는 파국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확전이 거듭될수록 서로 타격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첨단 기술, 희토류 공급망, 안보 등 핵심 분야에서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더아시아그룹의 한선린 중국 담당 이사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남은 전략적인 타결보다는 전술적인 일시 정지에 더 가깝다”며 “일시적인 휴전이 통제 불능의 무역전쟁보다는 낫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도 후속 논의에 무게를 두면서 불안한 휴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양측이 가능한 한 빨리 후속 작업을 다듬고 마무리해야 한다”며 “합의를 이행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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