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이 챗봇에 이어 인터넷 브라우저로 확산되고 있다. 크롬과 사파리, 엣지 등이 장악하고 있던 기존 시장에서 오픈AI가 도전장을 던지면서다. 기존 브라우저들은 AI 기능을 강화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인터넷 접속의 첫 관문을 차지하고자 하는 빅테크들의 경쟁이 커질 수록 전세계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 습관은 검색에서 대화와 작업 자동화로 빠르게 전환할 전망이다.
오픈AI는 앞서 22일부터 자체 개발한 웹 브라우저 챗GPT 아틀라스를 맥OS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윈도우용 제품은 추후 제공할 예정이다. 오픈AI는 “아틀라스는 이용자에게 개인화된 웹 환경을 제공하고 실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브라우저”라며 “항공권 예약이나 문서 작성, 이메일 작성 등 단순 검색을 넘어 이용자가 요청한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AI 에이전트형 서비스”라고 소했다.
기본은 챗GPT와 같은 AI 검색이다. 자연어로 질문으로 하면 맥락을 파악해 답을 주는 형태로 기존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만 웹브라우저와 AI가 결합하면서 생기는 새로운 특징은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 기록을 기반으로 개인의 맥락에 맞는 답변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기존에 방문한 웹사이트나 과거 작업 기록을 기억했다가 새로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식이다. 다만 아틀라스의 브라우저 메모리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기록을 삭제할 수 있다고 오픈AI는 설명했다.
보고 있는 웹페이지에서 필요한 사항을 곧바로 브라우저의 AI에 지시하거나 질문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영화 리뷰 페이지를 보다가 양이 많을 경우 요약을 요청할 수 있으며, 웹페이지의 특정 신청 양식을 작성하도록 시키는 등 웹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영화 예매 등 AI에이전트 기능도 브라우저를 통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오픈AI는 “브라우저는 여러분의 작업, 도구, 맥락이 모두 모이는 곳”이라며 “챗GPT로 구축된 브라우저가 여러분이 세계를 이해하고 목표 달성을 돕는 진정한 수퍼 어시스턴트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고 소개했다.
아틀라스의 등장에 웹브라우저 시장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영국의 웹 데이터기업 SOAX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세계 웹브라우저시장에서 크롬이 65.16%의 시장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사파리(18.35%), 엣지(51.9%), 파이어폭스(2.91%), 삼성인터넷(2.61%), 오페라(2.43%)가 뒤를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오픈AI의 아틀라스 출시가 구글에 대한 도전을 넘어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 습관 자체를 바꾸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생성형 AI의 출시로 검색 시장이 변화한다는 진단이 이어졌지만 브라우저는 검색을 넘어 인터넷 이용 경험 자체를 지능형 대화, 작업 대행 등 ‘에이전트 웹’으로 바꾸고자 하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에 기존에는 구글과 같은 검색업체나 애플과 같은 운영시스템(OS) 제공업체가 인터넷 이용 경험이나 관문을 독점했다면 이제는 오픈AI가 AI를 앞세워 이 역할을 주도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오픈AI의 도전에 기존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 소프트는 오픈AI가 아틀라스 브라우저를 발표한 지 이틀만인 23일 어시스턴트 코파일럿 업데이트 소식을 발표했다. 업데이트 핵심은 웹 브라우저 엣지에 AI 기능을 내장한 ‘코파일럿 모드’다. 이는 사용자가 웹을 탐색하는 전 과정을 보조하는 지능형 브라우저로 설계됐다. 오픈AI의 아틀라스와 같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동안 AI와 함께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모드는 사용자와 함께 움직이는 동적이고 지능적인 동반자형 브라우저”라고 강조했다. 더버지는 “브라우저는 본래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AI 경쟁의 긴장감 속에서 같은 주에 두 제품이 등장했다는 점은 상징적”이라며 “두 기업 간 기술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MS 뿐 아니라 구글 등 다른 업체들도 ‘에이전트 웹’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주도권 다툼에 나설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오픈AI의 브라우징 시장 점유율 확대는 곧 온라인 상거래 시장이나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격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챗GPT의 주간 활성사용자(WAU)가 8억명에 달해 웹브라우징 데이터를 결합해 맞춤형 구매 제안, 구매 대행이 이뤄질 경우 관련 시장 생태계의 변화가 뒤따르게 된다. DA데이비슨의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브라우저에 채팅 기능을 통합하는 것은 오픈AI가 광고 판매를 시작하기 위한 전조”라며 “오픈AI가 광고 판매를 시작하면 검색 광고 지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구글의 검색 광고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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