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맞서기 위해 희토류에 이어 반도체까지 무기화하면서 유럽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주간지 빌트는 22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의 넥스페리아 반도체 수출통제로 인해 폭스바겐이 가까운 시일 내에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 모델 생산을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금요일(24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와 티구안 생산을 일시 중단하지만 재고 문제에 대처하는 차원”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칩(반도체) 공급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최근 벌어진 넥스페리아 사태와 관련해 공급 차질 우려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회사 측은 “상황이 긴박한 만큼 단기적으로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이지만 2019년 중국 최대 스마트폰 조립 업체인 윙테크가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폭스바겐·BMW·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의 핵심 부품에 필수적인 범용 반도체를 생산한다. 넥스페리아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상하이·베이징·선전·둥관·우시 등 중국에도 공장을 두고 있다.
이번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는 네덜란드와 중국 정부의 갈등으로 불거졌다. 네덜란드는 최근 넥스페리아 기술이 중국 모회사로 유출될 위험을 이유로 넥스페리아 경영권 장악에 나섰고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며 반격했다. 외신은 네덜란드의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넥스페리아 중국법인이 자국 내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국내 거래에 한해 위안화로만 결제하는 조건으로 반도체 납품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넥스페리아가 부품 조립 및 공급을 담당했던 중국법인과의 갈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대체 협력사 찾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다른 제조사들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슈피겔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등이 넥스페리아와 같은 칩을 취급하지만 설비를 늘리려면 3∼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생산 중단까지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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