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인도 간 무역 협상이 타결에 근접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인도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줄이는 대신 미국은 인도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22일(현지 시간) 인도 현지 매체 민트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인도가 인도산 상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을 현행 50%에서 15~16%로 낮추는 방안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는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산 비(非)유전자변형 옥수수와 대두박 수입 확대를 검토한다. 양국은 이와 함께 관세 및 시장 접근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도입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세계 2위 구매국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를 문제 삼고 올 8월부터 기존 25% 상호관세에 징벌적 관세 25%를 더해 총 5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축소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하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인도가 러시아 원유 구매를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모디 총리가 자신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확언했다고 밝힌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로써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양국의 무역 협상이 출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신들은 최종 합의가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농산물 수입 확대가 모디 총리에게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도는 전통적으로 농업 부문을 무역협정에서 제외해왔다”면서 “값싼 미국산 농산물이 대량으로 유입될 경우 야당은 이를 빌미로 모디 총리를 공격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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