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문전박대'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맞섰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 조직 단지에서 탈출해 약 12시간 만인 오전 6시께 프놈펜 주재 한국대사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근무 시작 시각인 오전 8시 이전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외교부는 대사관이 8시 전까지 인근 경비초소에서 대기하도록 안내했다고 했지만 실제로 초소에 들어가려 하자 현지 경비원이 막아서며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며 "대사관 측이 경비초소에 A씨가 잠시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연락을 하지 않아 결국 부지 밖으로 쫓겨났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 앞에 도로가 트여있어 다시 잡혀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근처 호텔 1층 편의점에 들어가 물건을 2분 간격으로 사고 또 사면서 대사관 문이 열릴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호텔의 현지인 경비원에게 물을 사주고 빵을 나눠 먹으며 대사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외교부가 "대사관 영사가 오전 8시 전부터 현장에 나와 조력을 제공했다"고 밝힌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전 6시부터 계속 대기했지만 누구든 (업무시간 전에) 미리 와서 같이 있어 주지 않았다"며 "오전 8시 전이 아니라 오전 8시에 딱 맞춰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관 진입 후에도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대사관과 관련 없는 게스트하우스에 데려다줬다"며 "비행기 타는 시간까지 게스트하우스에 있다가 출국 전 영사님이 공항까지 바래다줬다"고 설명했다.
A씨는 고수익 일자리를 제안받고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조직에 감금됐다. 그는 옷 속에 숨긴 휴대전화로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대사관 측이 "정확한 위치와 사진을 보내야 도울 수 있다"고 답해 즉각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또 "저를 감금한 사람들을 잡고 싶어 몰래 지갑에서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고 양말에 메모해왔고 차 번호도 적어왔다"며 "그런데 대사관에서 의미가 없다고 못 잡는다고 하더라"며 허탈해했다.
한편 외교부는 앞서 "대사관이 새벽 시간대 입장은 제한했지만 오전 8시 이전에 영사가 현장에 도착해 보호를 제공했다"며 문전박대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업무시간 외에 주캄보디아 대사관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영사 조력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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